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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데리야끼 Jul 03. 2023

유럽에 도착하자마자 홈리스가 된 사연

외국살이에 집 사기부터 당하고 시작합니다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실감나지 않았다. 두바이를 경유해 네덜란드 땅을 밟기까지. 어렵사리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네덜란드에 도착했더니 집주인과 연락 두절이 됐다. 워낙 방구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네덜란드다보니, 출발 전까지 설마 사기는 아니겠지..?했던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휴대폰 배터리는 얼마 없고, 카드는 먹통이었다.


일단 급하게 친구가 내 티켓을 끊어 주고, 암스테르담에서 브레다까지 두 번의 경유 끝에 도착했다. 나는 28인치와 그 외 두 개의 캐리어, 그리고 백팩까지 들고 있어 짐은 많은데 길을 몰라 꽤나 도착하기까지 고생했다. 캐리어는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산산조각이 나고, 지리도 모르는 소도시에 떨어지니 당장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급하게 기차역 옆에 있는 호텔로 들어섰다.


급하게 호텔에 짐을 풀고 부랴부랴 유심을 사러 마트를 갔다. 지도조차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지 않는 상황에 캡쳐해둔 사진 하나만 보고 한밤 중에 주변을 헤멨다. 간신히 찾아간 마트에서 유심과 간단히 먹을 것을 챙겨들고 호텔에 오니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한국에 있는 친구와 연락을 조금 하다가 눈을 붙이려 침대에 누었다. 그러나 웬걸. 시차 때문에 잠이 안오는 것 아닌가. 당장 내일 OT가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잠도 못자고 다음 거처를 찾기 위해 휴대폰을 다시 켰다.


1박에 25만원인 이 호텔에서 집을 구할 때까지 지낼 순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이 동네에서 제일 싼 동네를 예약하고 멀뚱멀뚱 천장을 보며 누웠다. 내가 한국을 도망쳐 이 곳에 왔는데 첫 날부터 이렇게 개고생이라니. 앞으로 남은 6개월은 뭐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과 한편으론 그래, 한국에서 너무 편하게 살았다. 이런 고난과 역경 정도는 몸소 느끼고 이겨내야지, 라는 생각. 그럼에도 난 여기서 죽진 않고 살아낼 수 있다는 믿음. 그렇게 네덜란드에서 나의 2주간의 홈리스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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