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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데리야끼 Jul 12. 2023

겁많은 한국인이 유럽 친구들을 사귀는 방법

도대체 친구..그거 어떻게 사귀는 건데?

홈리스 이슈로 30분이나 지각하고 도착한 첫 클래스에서는 한창 OT가 진행 중이었다. 교수님은 악수를 하고자 손을 내밀었으나 나는 손과 함께 넙죽 목례 인사를 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를 신기하게 보던 친구들이 생생하다. 내가 온 후로 짧게 오티가 마무리 되고,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우리 클래스는 파견교 학생들이 아닌 네덜란드 내에서도 다양한 학교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졸업 요건으로 부전공을 수강하러 온 거라고.



한국으로 치면 4학년에 해당하는 21살 대학 쪼렙이었던 나지만, 우리 클래스에서는 두 번째 막내였다. 평균적으로 24-25살이 많았다. 경영 혹은 공학 계열 친구들과 어색하게 인사와 자기소개를 간단히 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이 꽤 있었기 때문에 우리 클래스는 다른 과와 달리 그렇게 가까워질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친구를 사귀기 위해 용기를 내야했다. 대부분 같은 나라에서 왔거나 하우스를 쉐어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친구를 어떻게 사귀었더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정말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공유하던 학창시절 이외에는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이 대부분이라 그럴듯한 친구가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작년에 사람에 치였다보니, 자존감+사회성은 이미 바닥을 친 상황이었다.



나는 고민 끝에 용기를 내기로 했다. OT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스위스 친구 셀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셀마와 메시지를 조금 하다 커피 한 잔을 하며 그렇게 한 명씩 얼굴을 트기 시작 했다! 화이트데이 파티에서 만난 셀마 친구 카푸치와 다른 학교지만 말레이시아에서 온 지잉양. 다른 애들은 파티 몇 번이면 금새 친구가 되지만 나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중국에서 온 첸에게 커피 마시자고 굳이 먼저 약속을 잡고, 길에서 마주친 친구와 이야기도 나누고.



한국에서 상처 가득한 마음으로 유럽을 오니 친구를 사귀는 건 두 배나 더 어려웠다. 사람과 관계에 대한 회의감과 피로, 떨어진 자존감. 모든 게 지쳐 떠나온 네덜란드에서 나는 제로(0)가 되었다. 다시 이 곳에서 관계를 하나 씩 쌓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를 매번 다시 시작하는 그 느낌. 그래도 한국의 자아를 벗어던진 채 새롭게 나를 소개하고 정의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따금 친구의 친구를 소개 받고, 건너건너 알게 된 사이로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한국이 그립기도 했다. 나는 한국에서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노력하지 않아도 친구는 그냥 사귈 수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긴 유럽이 아닌가. 나는 그들에게 전혀 다른 타입의 인간이니 이전처럼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도 꾸준히 파티에 출석해 얼굴을 비추고, 스몰톡을 걸어오는 친구들에게 열심히 한국을 설명(?)하니나도 점차 네덜란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어색한 웃음과 말을 감출 순 없었지만 어느새 친구들과 봄방학 때 같이 여행갈 정도로 친해지게 된 것이다 !



한때는 혼자 있는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일까 주변을 의식하며 스트레스도 받았었다. 그러나 그냥 내 방식대로 흘러가게 내비뒀다. 가끔 같이 운동하고, 밥 먹고, 가끔 서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도 손짓발짓+사진 섞어서 설명하면 친구가 된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냥 심플하게 생각하는 것. 정말 안되었지만 그럼에도 노력한 끝에 배운 한 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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