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옷차림이 오히려 주목 받는 이상한 파티
설렘도 걱정도 없이 시작했다지만 이렇게 현실일수가. 개강을 하고 한 삼 주 만에 우리 지역에 카니발이 열렸다. 카니발이 있기 전 학교 커뮤니티에선 교환학생들과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파티를 열 예정이라고 초대장을 보내왔다. 준비물은? 오직 코스튬. 한국에선 코스튬이라는 개념 자체가 흔치 않아서 도무지 감이 안왔다. 고등학교 체육대회 때나 단체로 요상한 옷을 맞춰있긴 했지만 그것도 ‘다 같이’ 입는 옷이니까 입었던 것.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오렌지국에 맞게 주황색깔의 니트를 입으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별 생각 없이 파티 장소로 자전거 타고 열심히 갔더니. 이럴수가. 나 혼자만 정상 복장(?)으로 왔다. 친구들은 마리오 캐릭터부터 뱀파이어, 드라큘라, 덴마크 전통복장에 핫한 드레스들을 꾸며입었던 것이다. 무난하게 튀지 않으려고 입고 갔던 옷이 오히려 튀는 꼴이 된 셈이다.
“데리야끼 너는 왜 이렇게 왔어?”라는 질문에 결국 부끄러워서..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는 상황. 클럽도 안 가본 시골 유교걸에게는 파티의 모든게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모두가 따라부르지만 나만 모르는 노래, 알콜과 함께 춤추는 친구들, 반짝이는 미러볼.. 혼자서 멀뚱멀뚱 쳐다보다 머쓱하게 껴보려고 리듬-에 맡겨 춤을 조금 춰보았다. 그러나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춤추는 행위 보다도 이를 어색해 못 견디는 나 자신을.
친구들은 코스튬 복장에 즉석으로 막대기를 들어 림보를 하고, 퀴즈에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나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정말이지 나도 열심히 놀고 싶지만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는 그 기분. 설상가상으로 카니발은 파티 이후에도 일주일이나 진행되었고, 센터에 집을 구한 나는 새벽 1시가 넘어갈 때까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밖을 나가보면 온 거리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코스튬을 한 사람들로 가득 했고, 즐기지 못한 채 서 있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그렇다. 이들은 웬만한 인싸들이 아닐 수가 없다. 굳이 홈타운을 떠나 동양권도, 북미권도 아닌 네덜란드라는 나라로 에라스무스를 온 친구들은, 가장 젊은 오늘을 내일은 없나 싶을 정도로 노는 유러피안들 이었다. 내가 온 학교에 동양인은 나 포함 중국 남자애 한 명 뿐이었고, 유럽 외 국가도 미국에서 온 친구 한 명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