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었어요.
이는 바로 제가 가진 물음을 고민함에 있어,
그것을 처음으로 고민한 사람이
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아주 기쁜 소식이었죠,
누군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니 말이에요.
그리고 그 누군가 중 일부는 이 물음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내렸고, 그 일부 중 다시 일부는 정말 다행히도,
그 깨달은 바를 세상을 떠나기 전에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기록을 통해 여러 세대를
거듭하며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에요.
생각해 보면 지극히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도,
저는 이전 세대가 축적하고 전수한 경험과 지식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쓰는 언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부터
옆에 놓인 커피와 연필 한 자루까지,
제가 직접 고민해서 만든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저는 이러한 축적과 전수가,
인류 역사가 아주 느릴지라도 조금씩 나아가는
큰 이유 중 하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천 년 전에 태어난 아이나, 어제 태어난 아이나
세상에 나올 때는 분명 아무런 경험과 지식이 없었을 텐데, 우리는 지금 여러 면에서 훨씬 더 번영한 문명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죠.
거창하게 인류 역사나 문명까지 가지 않더라도,
저는 바로 어제도 이 축적과 전수의 중요성을 체감했습니다.
처음 가보는 지역에서 저녁밥을 한 끼 먹었어야 했는데식당을 고르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았거든요.
그 인근 식당들에 대한 후기가 잘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가본 사람이 느낀 바를 남겼다면,
그것도 여러 사람이 긴 시간에 걸쳐서 일관된 의견을 남겨 왔다면, 이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겠죠.
아니, 어쩌면 충분한 참고를 넘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이겠다고도 싶습니다.
삶도 이와 비슷한 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날 저녁 하루, 저는 그곳에 갔습니다.
(우리는 백 년 남짓한 제한된 시간 동안, 한 생을 살아갑니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자 하죠.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죠.)
어느 식당이 솜씨가 좋은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무엇이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인지는 잘 모릅니다.)
모든 식당을 다 가볼 수는 없고요.
(모든 삶을 살아볼 수도 없죠.)
이때 식당 후기는, 맛집을 고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관련하여 먼저 고민했던 자의 기록이,
가치관을 세우는 데 큰 참고가 됩니다.)
물론 한 식당 안에서도, 메뉴나 주방장 기분에 따라
음식 맛이 들쭉날쭉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에 의한, 한결같은 후기의 중요성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겠죠.
사람들 입맛이 다양해서, 맛있다고들 하는 집이
꼭 한 곳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맛집이 여럿이라면 저는 어디서든지 맛나게 먹으면
그만이니, 이는 아주 다행인 이야기겠는걸요.
여기서 제가 찾은 실마리는 이것입니다.
역사 속 현인들은 무엇을 가치 있다고 하였는가?
이 고민을 내가 인류 최초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자고 말이에요.
그래서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과 경험, 지혜 위에 올라서서, 그 너머를 바라보자고 말입니다.
기나긴 여정의 맨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고,
오랫동안 달려온 사람들의 바통을 받아
이어서 달리자고 말이에요.
그때부터 저는 여러 글을 찾아 읽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드물게, 하나씩,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문장들을 마주할 수 있었어요.
느꼈습니다, 저에게 어떤 문장은 그것을 읽기 전과 후과, 더 이상 같은 세상이 아니도록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요.
이 책에 나오는 글귀들은 그렇게 저를 조금씩 움직인, 제게는 보석과도 같은 소중한 문장들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당신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저는 소리내어 이름을 말하면서도 사실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답을 드리죠.
이 문장들이 곧 저라고 말이에요.
What determines the existence of a human
being is the books that he read and wrote.
한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그가 읽은 책과 그가 쓴 글입니다.
-Fyodor Dostoevsky(1834~1881)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은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