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을 읽으니 인간 실격이 되었다

인간실격을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by 아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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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도무지 인간의 삶이란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이 문장과 제목은 알수 있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책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 첫 문장이 인상적인 책들을 소개해주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인간실격이었다. 빨려들어가듯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고 책 어플인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바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저 문장에 이끌렸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이 조금 아프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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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그의 삶을 소설화 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해설이 있다. 실제로 부자집에서 태어난 다자이 오사무는 유흥에 밝았고 정신병원에도 입원한 적이 있는걸로 보인다. 감히 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겠지만, 언뜻 보아도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은 다사다난 했던걸로 보인다. 책은 소설을 읽지 않는 내가 읽어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페이지가 넘어갔다. 그 세계에 확 빠져들어 내가 책의 일부가 된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한 점이 저자의 능력인가 싶다. 그러니 오랜시간 기억될 수 있는 책이기도 할 것이다. 밝은 책은 아니었다. 어딘가 정신이 엇나가 있는 듯한 내용, 평범에서 벗어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그에 심취해 사람을 기만하고 자신까지 기만한 삶. 여자에 빠져 유흥에 빠져 자신을 믿어주는 이들을 하나 둘 씩 배신해 가는 주인공의 삶이 보였다. 읽다보면 ‘이렇게도 살아가는구나’ 싶은 느낌을 주로 받는다. 언뜻 인간이라면 이렇게 살아야지 싶은 삶의 모습이 있다. 적어도 자기 몫의 삶을 책임지며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적당한 선을 두고 살아가는 모습.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삶의 모습이 인간의 군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한 평균을 맞추기에도 쉽지 않은 노력들이 들어가고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엇나가는 이들의 삶이 있다. 비범하게도 혹은 망상적으로 살아가는 이들. 인간실격의 주인공은 비범하였지만 망상에 젖어 삶의 길을 잘못 들었다. 그 결과 평범하디 평범한 인간의 삶은 커녕 인간실격의 삶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비범함과 망상의 차이는 단순하다. 행동이다.


머리속으로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는 이와 실제로 행동하며 이를 이루어가기 위한 사람. 둘 중 누가 성공확률이 더 높은가하면 단적으로 후자이다. 성공확률 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적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이도 단연 후자이다. 우리는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끔 태어난 운 좋은 생물이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혼자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머리속으로 사과를 5억번 생각한다고 눈 앞에 사과가 나타나지 않듯, 생각은 그러한것이다. 인간실격을 읽자마자 머리속에 진이 빠졌다. 어쩌면 그전날의 망상에 젖은 나와 삶을 그르쳐가던 모습이 주인공과 비슷해보였던 것일까. 어떠한 힘도 나지 않고 삶을 살아갈 의지도 없으며 모든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주 인간실격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삶을 살아갔다. 어쩌면 나는 이전에도 인간실격이었을지 모른다. 그저 책을 읽음으로서 그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를 어렴풋이 알게된 후의 1주일은 뼈저릴 정도로 힘들었다. 삶의 경계선에 희미하게 서있는 느낌.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조금 회복되었다. 덕분일까, 삶의 방향성이 조금 잡히게 되었다. 인간실격인지 몰랐던 내가 진짜로 인간실격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의 삶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구태여 고난 뒤에 행복이 찾아온다는 명언(?)을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경험이 그렇게 느낀다. 매도 맞기 전이 제일 두렵고, 맞고 난 뒤에가 가장 아프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 가라앉듯이, 인생의 파도도 그렇게 왔다 가는 게 아닐까. 나는 매우 두려웠다가, 너무 아파 멍했고, 지금에서야 비로소 눈이 조금씩 뜨이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때가 있나보다. 시간이 약인가 보다.


인간실격을 읽고 인간실격을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인간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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