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그리고 가끔 하기
어릴 적 주말만 되면 집에서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이 청소라는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이였는데, 중학생즈음부터 청소를 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 시절 나는 내 책상 하나도 제대로 청소 못하는 아이였는데, 어찌 집안을 청소하겠는가 라는 마인드였다. 아마 청소에 소질이 없던 건 그때부터였나 보다.
크다 보니 청소에 요령이 생겨 눈에 보이는 먼지만 없애면 되는구나 싶은 마음으로 청소기를 돌렸다. 하지만 이 꼼수는 주부 9단인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들켰다. 안 보이는 곳도 꼼꼼히 청소하라며 부모님이 다시 청소기를 돌리시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불만이면 처음부터 엄마 아빠가 하면 되지 싶은 마음도 있었다.
청소에 재능이 없던 내가 자취를 시작하면서 여러 문제에 봉착했다. 바로 정리다. 청소라는 개념에는 정리라는 하위요소가 들어있는데, 나는 이것 또한 소질이 없던 것이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도통 몰라 집안을 헤집은 적이 몇 번이며, 분명 사두었던 건데 어디 있는지 몰라 또 산 경우도 많다. 가족에 그늘을 벗어나니 허술했던 청소 실력이 내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고 청소를 안 하고 정리를 안 하자니 혼자 사는 집이라 그렇지도 못한다. 누군가 대신해주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서툰 실력으로 하나하나씩 정리해 갔다.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지만 지금은 자취를 처음 시작했던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 반강제적으로 하게 된 청소 덕에 정리 스킬이 조금 올라간 것이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느낀 건 내가 가족과 살던 집에서 느꼈던 어느 하나도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집이 깨끗한 것은 물론이며 아침에 밥이 차려지는 것, 누군가 나를 깨워주는 것 등등 말이다. 청소 또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그저 내버려두면 한 없이 더러워질 것이며 어느 정도 이상 더러워지기 시작하면 손을 댈 생각조차 안 할 것이다. 그렇게 밑도 끝도 없이 방치하는 것이다.
내 방 청소도 그렇고 좀 깊게 보자면 내 마음도 그러하다. 내 마음의 정리도 가끔씩 해주어야 한다. 마음도 그대로 내버려두면 어느샌가 방치해 둔 집구석처럼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쌓여버리곤 한다. 방치해 둔 마음에 가장 크게 외면받는 것은 그 마음의 주인인 나다. 마음정리는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누군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하나씩 하나씩 만져보는 게 필요하다.
매일 하루 10분씩만 청소해도 집이 깨끗할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걸 하려고 하지 말고 매일 조금씩 하자. 마음도 너무 쌓아두고 바라보지 말고 가끔씩 자주 들여다봐주자. 청소도 정리도 나를 위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