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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섯 Sep 28. 2018

과거의 나. 지금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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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예전에는 텀블러에 종종 내 이야기를 적었다. 아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없지만, 모르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알수 없기에 손에 잡히지도 않는 타자를 불편해하며 또는 바라보며 그리 내 마음을 꺼냈다. 그 때의 시간들 감정들 그리고 나. 이제는 생경하게만 느껴지는 나의 과거. 나의 문장. 나의 단어들. 조금 이곳에 꺼내어 본다.


1. 모든 게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걸 이해하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고작 이걸.


2. 어째서일까. 잠이 오지 않는다. 복잡한 감정과 서늘한 공기가 방을 채우곤, 나의 정신을 놓아주지 않는다.


3. 많은 말들을 네게 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네.  너에게 애써 숨기고 있지만 사실은 꼭 들키고 싶은 마음 있어.   아직도 나는 몇 마디 말에 용기 내지 못해  너에게 정면으로 향하지 못해


4. 아무리 방대한 위로를 받는다 한들, 그 무엇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5. 딱 한 가지만 제외하면,  모두 바라던 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작은 위로가 된다.  마음의 짐을 진 그 공간에서 두고 온 나를 되찾아야지.


6. 미워하지 말자. 그 누구도 미워하지 말자.  아무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그런 괴로움과 상처일지라도, 그 누구도 미워하지 말자.  그저 나 하나로 충분하다. 마음의 짐도, 매몰된 기억도 모두 나 하나로 충분하다. 슬픔도 아픔도 전가하지 말자.   어쩌면, 나는 너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이 자리만 맴돌고 있다. 몇 발자국 내딛지 못하고 이내 돌아와 다시금 앉아 흔적만 되뇌고 있다.


7. 불안한 사랑 속에서 몇 해를 보내고 나니, 나는 더 이상 변해버리거나 빛이 바래고 마는 불완전한 감정에 마음을 내어주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집을 지었다가 허물기를 반복하는 사랑과 이별 대신 허물 일 없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집 한채를 마음속에 지어주자고 다짐했다.


8. 홀로 테라로사에 앉아 책을 읽곤, 노을을 맞으며 광화문 뒷 길을 걸었다. 계절과 시간은 자꾸만 변해 가는데, 나만 홀로 그 공간 그 시간을 지키고 싶은 걸까


9. 새벽 5시 반에 출근을 해서, 밤 10시 반에 회사에서 나왔다. 느긋하게 택시에 기대어 하나둘 세아려보니 17시간을 회사에 있었다. 하루가 너무 허망하고 버거워서 그대로 멍하니 창문 밖만 바라다보았다.


10. 연일 쏟아지는 기사들에 회사도 나도 이렇게 휘청이나 보다. 한남동을 질러 집으로 내달리다가, 그-냥 휴가를 내버렸다. 잠을 한숨도 못 자서 지금이라도 누우면 잠이 들것 같지만, 이대로 잠이 들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오늘에게 너무도 미안하니까. 맥주 한 캔과 묵혀둔 택배 상자를 연다. 잘 안 맞는다. 그냥 입기로 한다.


11. 이미 지나쳐버린 정류장을 생각하며, 어딘지 모를 종점까지 꼼짝 못하는 나. 이런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든다. 


12. 타인의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사람들, 그리고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13.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충분히 상처받지 않았다. 진짜 아픔을 느껴야 할 때 나는 결정적인 감각을 억눌러버렸다. 통절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 진실과 정면으로 맞서기를 회피하고, 그 결과 이렇게 알맹이 없이 텅 빈 마음을 떠안게 되었다. 똑-똑


14. 과거의 나. 지금은 마주하기에는 버겹기만 한 나.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은 나. 그런 나의 오늘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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