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이 중얼거린 외마디 외침
기독교인이 마(摩)가 꼈다니.. 자기가 그러니 내가 로또가 안 되는거구나? (남편의 잔소리)
뭔가 이상하게 꼬이는 날들 있다지만.. 이번 주는 유독 가혹했다..
목요일에 체험학습을 가는 큰 아이가 나에게 강조했다. 이번엔 꼭 '엄마표' 도시락을 갖고 가고 싶어..
지금까지는 할머니표로 갖고 갔으니까..엄마 휴직하니 엄마표로 싸달란다..
참,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다 ㅎㅎ
그래.. 그 까짓거 내가 못 해주리? ............... 그런데..맛없으면 어쩌지.. 불현듯 불안이 밀려오고 혹시 몰라 월요일 아침부터 서둘러 몇일 뒤 있을 체험학습 도시락싸기 예행연습을 해보기로 한다.
도시락은 원래 김밥아니야??? 마트에 가서 김밥 재료를 장봐와서 이것저것 툭닥툭닥 난리를 피우며 인생 첫 김밥에 도전.. 순조롭게 잘 진행하던 찰나에 당근 채썰기를 하는데 순간 눈 앞이 번쩍..
뭐지..정신차려보니 새끼손가락을 야무지게 베어냈다..손톱 다 잘려버리고..피는 콸콸나오고.. 10분 넘게 지혈이 안 되다 겨우 지혈하고.. 피투성이 휴지들을 보며 짜증과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과 알 수 없는 현타가 마구 밀려온다.. 그래도 하던건 해야지.. 상처 치료하고 비닐장갑끼고 마무리해서 김밥은 성공.. 그런데.. 이 재료 준비를 목요일에 다시 할 자신은 없다... ㅠㅠ
그날 저녁, 깨발랄한 우리 첫째께서 킥보드를 타다가 보도블럭 튀어나온 곳에 걸려 무릎을 냅다 땅에 꽂히고 피범벅이 되어 귀가.. 오늘 피보는 날인가를 속으로 되뇌이며, 울지는 않지만 징징대는 큰 애 달래가며 소독하고 일단 급한대로 지혈, 연고, 밴드 마무리... 애가 다치니 내 손가락은 다친 손가락 대우를 못 해주게 되는 웃픈 현실.. ㅎㅎ 손가락이 문제냐, 애 무릎이 저 모양인데..
너무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자는데 새벽에 둘째가 비명과 짜증을 내뱉으며 거실로 걸어나온다.. 꿈꿨나 싶어 나가보니 아이가 입었던 핑크 잠옷이 흑갈색으로 바뀌어있다. 순간 저건 뭐지 눈을 의심하던 찰나 옷 전체를 뒤덮은 거뭇한 것들이 전부 토사물이라는 걸 아는데는 몇초 걸리지 않았다.
아이 이불들,베개 걷어내고 아이 목욕, 상비약 복용시킨 뒤 안방 내 침대에 누워 토닥이는데 또 와락 토하고 토하고 토하고... 밤새 9번을 토해 나중엔 초록색 물이 나오는 우리 둘째..
아침이 밝자마자 토한 이불들과 내의,수건들은 산처럼 쌓아놓고 일단 병원으로 들고 뛰었다. 선생님이 보시자마자 탈수왔다고 수액을 이것저것 맞게 하신다.. 애가 바로 당장이라도 쓰러질거 같았는데 이게 탈수구나.. 애 둘을 키운 10년차 육아맘이지만 탈수를 실제로 경험한건 처음이라 어버버...
병원 다녀온 화요일도 두어번 더 토하고 배가 아프다더니 열도 나가 시작.. 일단 처방받은 약 먹이며 배 만져주고 설사 처리도 하고 .. 다음 날 되어 다시 병원가서 수액처방받고 추가 검사 진행, 약도 변경.. 휘몰아치는 하루를 보내며 토사물 묻은 빨래들 처리위해 손으로 이불까지 애벌빨레(토사물때문에 곧바로 세탁기행이 불가능한)하며 새벽까지 버티고..몇시간 자지 않고 일어나 큰아이 체험학습 도시락 준비 ㄱㄱ..
대망의 목요일이 밝아 도시락도 싸고 둘째 컨디션도 케어하며 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아이가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고 컨디션도 올라와서 이제 마의 일주일이 끝나는구나..
이제는 뭐 없을거라며 안도의 한숨..
그리고 금요일, 큰 아이 안과 검진 시간 맞추기 위해 헐레벌떡 아이랑 병원가는 길,,
늘 다니는 길이지만 지난 몇일 지치고 지친 몸으로 컨디션은 최악인 상태에서 급한 마음이 더해져 옆차선 정지된 차량 사이드미러를 지나가며 쳐버린거다...하아.. 끝난게 아니구나.. 이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다니,,
실소가 나오기도 전에 일단 차주분께 사과드리고 연락처 드리고 차량 확인후 다시 연락주시기로 하고 헤어진 그 날.. 안과에서도 검사며 결과 듣는 시간이 총 한시간 이상은 걸려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상태에서 귀가했다.. 사실 안과에서도 내내 신경쓰였던 접촉사고.. 선생님 말씀 일부는 제대로 못 들은 거 같기도 하고 ㅠㅠ
집에 와서 문자 언제 오나 틈틈이 폰 확인하던 중,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내가 잘못한거니 할 말 없지 뭐.. 뭐가 되든 한번 더 사과하고 필요한 조치하시라 해야지..라며 마음 다잡고 문자를 보는데, 말로만 듣던 경우를 내가 경험하는구나 싶어 정신이 번쩍 뜨였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상대방의 포용과 관용에 감사함과 동시에 더 미안하고 (나로 인해 상대방 차주분의 평화로운 하루가 어떻게든 금이 간건 맞으니까) 무엇보다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할까? 물론 상대방 차주분은 정말 문제가 없어서 문제없다는 거라고 하셨으나, 글쎄..날카로운 송곳같은 잣대를 갖고 본다면 뭐든 찾을수 있지 않았을까? 생전 처음 보는..심지어 나에게 피해를 본 사람이 나의 병원행이 무사했을지를 걱정해주다니.. 나의 일주일에 대한 노고를 격려하고 칭찬받는 느낌을 어투나 표정 억양 하나 없는 문자에서 받을 줄이야..
나도 언젠가, 입장이 반대가 되어 이런 일을 경험한다면 빚갚는다는 마음으로 꼭!!! 받은 관용 나눠야지.. 다짐하고 다짐해본다..(물론 그런 일이 없으면 베스트지만 ㅎㅎ)
크리스찬이 일주일 내내 "이번 주 뭐가 있어~"를 달고 살았더랬다..
'뭐'가 뭐인지? ㅎㅎㅎ 남편은 옆에서 저러니 우리가 로또가 안 된다며,, 크리스찬이 '뭐'가 뭐냐며..
암튼, 그랬던 나는 불현듯 다시 지난 일들을 곱씹어 본다.
내 손가락은 다행히 젤네일 아트를 했던 터라, 손톱위 도톰한 젤이 올라가 있어 이 정도였던거고.. (젤이 안 올라가 있으면 엄청 더 패였을 깊이) 우리 첫째는 무릎을 다쳤지만 학교에서 체력검사할 때 달리기 등급 높게 나왔다고 좋아라하고 ㅎㅎㅎ( 희안하게 뛸때는 안 아팠다는데 무릎에 피랑 고름이 줄줄...ㅠㅠㅠ) 내가 해줄수 있는건 흉터 최대한 안 지게 관리하면 되는거니까 ^^ 아이는 무릎에 대형 반창고를 붙이고 다니는게 생소하면서도 체육인같은 멋스러움이 있다고 내심 생각하는지 싫어하지 않는다 ㅎㅎㅎ (돈주고 못 사는 성격)
둘째의 장염은 정말 정말 굵게 지나갔으나 그나마 3일 안에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고 전혀 나을거 같지 않던 어느 순간에서 컨디션이 확 호전되어 초반의 그 심각했던 상황이 벌써 잊혀지는 중 ^^
마지막 접촉사고는 일단, 사이드미러만 부딪친게 너무 다행이고 보행자며 다른 인적 사고가 안 난게 감사한 일임을 깨닫고(유동인구 엄청 많은 횡단보도가 근처 있었던터라..) 무엇보다 나에게 누구나 할 수 있을 거 같지만 막상 실제로는 행하기 어려운 관용과 배려를 보여준 상대 차주분을 만나게 된 거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었음을 느꼈기에..
결과적으로 이번 한 주는 그래도 럭키한 일주일이었다고 자평하게 되었다 ㅎㅎㅎ
감사를 몸으로 느낀 일주일.. 나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들을 다시 한번 각인하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생각해보게 해준 일주일.
+ 그리고 또 하나,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했던(않았던?) 나에게, 이건 남겨놔야한다며 애들 재우고 꾸역꾸역 거실로 나와 노트북을 부팅하게 해주고 주저리주저리 오랜만에 글을 쓰게 해주어 감사하다^^
(덧붙이며) 저런 마음을 갖고 사는 분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던 찰나에 번호가 저장되어있어 그런지 카톡에 떠서 프로필을 봤다.. 오... 브런치에서도 활동하고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활동하시는 진짜 글을 쓰는 작가님인 걸 알게 되었다. 역시.. 글은 아무나 쓰는게 아니구나.,, 감사합니다. 작가님~! 제가 활동을 많이 하고 인기있는 글쓴이였다면 이 글을 더 많이 봤을텐데 널리 못 알리는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