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녕하신가요
레인쿠버 밴쿠버
밴쿠버의 가을과 겨울 사이.
우리는 그 시기의 밴쿠버에 새로운 계절을 부여한다. 바로 '레인쿠버'. 수시로 비가 내리고 하늘이 회색빛이 돈다 하여 이러한 계절이 생겨났다. 보통 9월 말부터 시작되는 레인쿠버를 앞두고 사람들은 만반의 준비를 한다. 가고 싶었던 여행지를 가거나 바다가 보이는 해변가에서 강하게 내리쬐는 해를 여유로이 즐기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파랑의 하늘을 사진앨범에 담아 놓는 것. 밴쿠버 입성한 지 얼마 안 된 쫄보인 나도 그 시간을 한 번 즐겨보기로 했다.
Have a good one!
모든 것이 낯선 나에겐 어딜 가나 낯선이들 뿐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에게도 가벼운 인사와함께 안부를 전한다. 흔히 '스몰 톡'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경계심 가득한 눈초리와 잔뜩 긴장한 몸짓으로 거리를 슬며시 거니는 쫄보에겐 그마저도 긴장되는 순간이다.
신호등에 서 있다가 누군가 옆에 같이 기다리기만 해도 '나한테 말 걸면 나 뭐라고 말해야 하지?' 등과 같이 미리 속으로 혼자 시나리오를 상상한다. 카페에서 주문을 하려고 점원 앞에 서면
"How's your day going?"
나의 하루를 물어오는 낯선 이의 인사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익숙지 않은 영어를 사용하니 서로 어색한웃음을 지을 수밖에.
아무래도 낯선이의 정의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만든경계선일지도 모른다. 이 자연스러운 플로우에 빨리적응해야지. 집에 돌아오니한껏 긴장한 채로 걸었더니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도 아닌데 어깨와 몸이 아려온다. 안되겠다. 내일은 좀 더 여유로운 척해야지.
아직 레인쿠버는 오지 않았다. 올해는 조금 늦게 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다행히 날씨도 나에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좀 천천히 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말도 안되는 위로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