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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쫄보 Oct 20. 2022

웨얼 알 유 프롬?

한국 사람이요.

Where are you from?



한국에 있을 때는 거의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다. 한국 땅에 있는 누가 봐도 한국인처럼 생겼기 때문이었을까.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나 생각해봤는데 아마 초등학교 영어 시간에 한 챕터로 나왔을 법하다.

캐나다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이 문장은 정말 자연스러운 질문이 되었다. 그때 영어 공부를 잘해두었던 것이 도움이 된다. 이 정도쯤이야 쉽게 대답할 수 있지.


"I'm from Korea!"


캐나다에서는 이 질문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감히 어느 나라에서 왔겠거니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자, 워홀러, 학생, 여행자 등등 수많은 환경과 목적을 가지고 이 땅에서 그들의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길을 가더라도 빤히 쳐다본다거나 차별을 받을일이 별로 없었다. 나 하나 차별하기 시작하면 여기 있는 거의 대부분이 차별당해야 할 정도로 여러 사람들이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가끔 대답할 기회를 뺐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관광지에 가서 여행객들을 만날 때 종종 일어난다. 한 번은 여행객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친구와 나를 보고는 대뜸 "너희 중국인이야?" 묻는다.


어디에서 온 확신일까. 아시아인처럼 생기면 다 중국인이라는 편협한 사고와 아주 얕은 지식밖에 없다는 것을 그 질문 하나로 단박에 전달해주었다. 사실, 이 아저씨도 우리를 기분 나쁘게 할 의도는 없었겠지만 애매한 찜찜함과 기분 나쁨은 어쩔 수 없다.

가끔 이런 일들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무례한 사람들의 발언에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하면 물어봐주시겠어요?


그렇게 중국어로 인사를 하며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는 아저씨에게 한국인임을 밝히며 쫄보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사진 한 장 대충 찍어주고 돌아선 것.

이게 무슨 복수냐 싶겠지만 내 사전에 이렇게 딱 한 장! 비율도 수평도 안 맞게 대충 찍어주는 경우는 없었다. 아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복수에 성공했다고 그렇게 말해주길 바란다.



이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때 한국을 방문한 여행객들을 만난다면 조금 더 넓어진 사고로 그들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친구와 갔던 유럽 여행이 생각이 난다. 그때도 길을 가는데 낯선 무리들이 니하오로 말을 걸어온다. 차라리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로 해줬으면 무시하고 갔을 텐데.

그럴 거면 차라리 무심한 낯선이가 더 편하다. 지나가던 그 한 사람이 자신의 나라 전체를 대표할 순 없어도 그 사람으로 인해 내 여행의 반나절을 망친 기억은 여전히 그대로다. 그리고 내가 겪은 이야기를 주변 친구들에게 다 전하며 그들의 여행은 순탄하길기도할 뿐이다.



캐나다의 가을이 처음 왔을 때보다 짙어졌다.

계속해서 적응해가고 있지만 어디에서든 만나는 모든 낯선이에게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그럼에도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어쩔 수 없다.

"Where are you from?" 물어오면

"한국 사람이요."라고 한국어로 대답할 수밖에.



그날따라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서 한식당으로 향했다.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끼며 '내일 얼굴 붓겠구나' 싶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머지 반나절은 행복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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