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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쫄보 Oct 26. 2022

브런치로 도망 온 워홀러

글 속에서 헤엄치며


브런치를 시작하고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평소에 글을 쓰고 기록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취미라고 항상 즐길 수는 없는 일인가 보다. 노트북을 켜고 글자를 써 내려가는 속도가 점차 줄어들다 보면 결국 몇 줄 힘겹게 써내고 이내 노트북을 덮어버리는 날들이 종종 있다.




글을 쓰기까지


보통은 한 가지 주제나 단어, 일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가지고 글을 써내려 간다. 하지만 오늘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전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영감이란 말은 너무 과하고 그냥 딱히 글로 만들어 낼 뭔가가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처음으로 돌아가야지.


난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가?

왜 브런치에 글을 적기 시작했는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오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내가 즐겨하던 일 중 하나였던 '소파에 누워서 티비보기'의 매체인 티비가 사라졌다. 이 공간엔 침대, 옷장, 책상 그리고 노트북뿐. 방 문을 열고 현관 밖으로 나가면 그 순간부터 나는 영어를 장착해야 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에 글을 적는 것은 현관 밖 낯선 환경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었다. 한국어로 내 생각을 이야기로 정리하는 과정이 나를 편안하게 했다.


하지만 정말 모순적인 것은 그 현관 밖을 나서지 않으면, 나를 낯선 환경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글로 적을 만한 내용이 없어진다. 도망을 칠 이유가 사라져 버린다. 글을 쓰기 위해 다시 낯선 세상으로 나간다. 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일이 중요해졌다. 딱히 할 일이 없고 약속이 없는 경우에도 공원을 거닐거나 하다못해 장바구니를 가방에 쑤셔 넣고 장이라도 보고 온다. 아직은 참 어설픈 작가임에 틀림없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도움이 되는 것들


그 외에도 글을 써 내려갈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은 다른 분들의 글을 읽는 것이다. 한참을 읽어가다 보면 문득 단어나 문장이 생각나기도 한다. 오늘처럼 글이 안 써지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들은 이전에 끄적였던 일기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것마저 안될 때는 그냥 노트북을 덮고 방에 몇 없는 가구인 침대로 올라간다.


다행히 문득 이전에 끄적였던 일기장의 내용이 마음에 담겼다. 분명 그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에 와닿을 때가 있다.



<일기장에 적힌 과거의 어느 글>


카페에서 일을 하며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는 친구와저녁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그 친구와 '영어 발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 캐나다에서 지내면서 가끔 완벽하지 않은 영어 발음을 들을 때, 그 사람이 발음을 제대로 안 해서 잘안 들린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너는 그런 경험 없어?"


물론, 내 발음도 다른 사람이 들었을 때 안 들리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때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


"나도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안 들린다? 근데 캐내디언들이나 영어가 모국어인 친구들은 이상한 발음도 다 알아들어!"


맞아. 진정한 고수는 어떤 발음도 다 알아듣는다. 나 자신을 돌아봐야지. 누구를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서툰 발음으로 한국어를 이야기한다고 치자. 아무리 어설퍼도 우리는 어떤 의미인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은 이해하겠지.

그런 맥락과 마찬가지 아닐까.


영어는 여기 온다고 그냥 자연스럽게 늘지 않나 보다. 나름의 노력과 공부가 계속해서 필요한 것 같다.




글의 힘이 대단하다. 과거에 묻혀 있던 글도 상황과 사람을 만나고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면 또 한번 현재의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그게 좋다. 글을 복기하며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면 조금은 성장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오늘도 이곳에 글을 쓰며 편안함을 얻는다.

도망치는 행위는 대부분 부정적 어감을 내뿜지만

브런치로 도망치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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