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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스테라 May 26. 2021

안녕, 리투아니아

만남은 계속되고


9/4 Monday


 기숙사 지하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대씩 있는 세탁실이 있다.   세탁기를 돌리면 2시간은 기본으로 걸렸다. 그동안 밀린 빨래를 욱여넣고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오는 순간 자신을 마리아라고 소개하는 그리스 친구와 대화를 했다. 언니가 한국에서 일을 해서  가지 한국어를   있다고 했다. 어눌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를 말하는 그를 나는 과하게 칭찬했다.


 그가 다른 친구들을 소개해 주겠다며 3층으로 데려갔다.  남자였는데  명은 턱수염이 인상적인 터키인 셀만이었고,  명은 콧수염이 개구짐을 더하는 이탈리아인  명이 있었다.

 

 셀만과의  만남은  우스웠다. 우리가 가자마자 샤워를 마친 셀만이 수건  장으로 중요 부위를 가린  우리 앞을 지나갔다. 나와 마리아는 탄식을 하며 눈을 가리는 시늉을 했고 이내 크게 웃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이탈리아인 남자는 영어가 아주 능숙했고 빠르고 재치 있게 마리아를 놀렸다. 그들은 이미 서로 친해진  오래인 듯했다. 나에게도 조금  넘은 장난을 치곤 했는데 문화가 달라서인지 헷갈린 나는 그가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지만 아직 장염이  낫지 않은 나는 배가 아파서 안될  같다고 했고, 이탈리아인 남자는 잠시만 기다려보라며  인공눈물처럼 생긴 물약을 가져다줬다. 물에 타서 마시면 금방 나을 거라고 했다.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없었던 나는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9/6 Wednesday


 코디네이터 만나서 과목들을 수정했다. 여행을 다니기 위해 월요일은 꼭 공강을 만들고 싶었는데 내가 들을 수 있는 수업들이 한정되어 있어 그렇게 못할 것 같아 슬펐다. 실내 디자인과인 내가 건축학과의 수업을 들으려니 한국에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비슷비슷한 과목을 찾기가 어렵다. 내일 오전부터 학교 시스템인 AIS에서 스케줄 확인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내일은 하루 종일 수업 계획표를 보며 비교해가며 시간표를 짜야한다.

  

 E 함께 씨사이드 트립과 웰컴 파티 티켓을 사고 교환학생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카드인 ESN카드를 만들었다. ESN카드가 있으면 여러 음식점에서도 할인이 가능하고 제일 좋은 혜택은 저가 항공사인 Ryan air 항공권이 15% 할인됐다. 유럽 여행을 계획이었던 한국 친구 B 베를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 사용할 계획이었다. 유럽 가까운 나라를 여행할 때는 버스로 저렴하게   있었는데 독일도 그중 하나였다. 비록 17시간이나 타야 하지만 돈이 없는 학생의 신분으로는 제일 합리적인 선택지였다. 이제 무적의 ESN카드가 있으니 비슷한 가격으로 비행기를 타고   있다.

 

 한동안 장염으로 고생한 탓에 제대로  음식을  먹고 죽을 끓여먹으며 연명하고 있었는데 저녁에 한국인 학생들이 닭볶음탕을 한다길래 참을  없었다.  친구들 중에는 G 요리를 잘하는 편이었고 우리는 최대한 요리 손질을 도왔다. 사실 나는 거의   없다. S 인도인 룸메이트한테서 카레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불평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국가의 요리가 완성되는 기숙사에서는  무리의 요리가 끝날 때마다 알쏭달쏭한 향신료 냄새가  층에 퍼졌다. 오랜만에 먹은 칼칼한 닭고기는 위장을 덥혀주었다. 이상하게 배가  아파야 하는데   나은  같다.

 

 밥을  먹고 우리는 파리자와 함께 교환학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Dzem pub, 잼펍을 갔다. 정기적으로 테마가 바뀌는데 오늘은 가라오케 나잇이라고 했다. 그곳도 노래는 구렸지만 저번에 갔던 리퍼블릭보다는 훨씬 나았다. 한국의 클럽처럼 입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고, 코너에는 바텐더가 술을 팔고 있었다. 안쪽에는  8인용 테이블과 교회 의자처럼 생긴  의자가 여러  놓여 있었고 무대에서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클럽도   가고 술도  좋아하는 나는 어디 영화에서 들어본 이름이 익숙한 잭콕을 시켰다.


 우리는 각자의 술을 받아 들고는 자리를 잡아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췄다. 무대에 오른 사람이 멋진 목소리로 가사는  몰라도 어디서 들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가 끝난   같이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냈다. AC/DC T.N.T.  나오는 순간 나는 무대 앞으로 달려가 박자에 맞춰 T! N! T!  외쳤다. 리투아니아에 와서 제일 흥이 오른 상태였다. 돌아온 자리에는 Alba라는 스페인 친구가 다가와서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 나도 너랑 친구 하고 싶다고 인스타그램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날의 대화는 기억나지 않지만 순식간에 우리는 같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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