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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스테라 May 04. 2022

엄마의 답장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엄마에게서 장문의 답장이 왔다.

미리보기만으로도 울컥해서 도저히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궁금함을 참고 참다가 야근까지 마치고 퇴근한 야심한 시간에 친구에게 대신 읽어달라고 했다.


의외로 친구는 보자마자 빵터졌다.


조마조마해하던 나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이 '이거 직접 읽어야 돼'라고 했다.

내용은 가관이었다. 내 편지는 읽지도 않은 듯 엉뚱한 답장이었고,

평생을 나보다 어른으로 살았던 사람이 어린이처럼 여겨졌다.

그 장문의 카톡은 정말 별거 아니었다.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나를 키워낸 내 엄마의 수준이 정말로 이 정도라니 믿기지 않았다.


같은 사건을 두고 이렇게 다르게   있나 심란해졌다.


편지를 읽기 전에 명백히 할 것은 나는 남동생에게 목이 졸리는 폭력을 당했고, 아빠의 나가라는 말에 집을 나오는 수밖에 없었으며 아빠카드는 부모의 권유였다.


안타깝고 마음아픈 딸아


엄마는 하느님에게 이런 순간이 없길 네가 교환학생 다녀오고 4학년부터 어렴풋이 페미일까? 설마하며 마음 졸이고 지켜봐왔던 때 부터 기도드렸다. 하지만 오고말았지... 너무 맘이 아프다...


서른 다 되는 네가

이 힘든 세상에서 지금까지 가장이란 무게로 열심히산 아빠와 널 집에서 보살핀 엄마가 늙어가는 걸 보면서도, 부모에게 자식이길 포기한다하면서 여성이네 남성이네 이런 페미의 교과서를 읽고 있으니 엄마는 너무 안타깝다 힘들다.


난 결혼 전 5년 직장생활하면서 더 하기 싫었고,

결혼해 맞벌이 아닌 가정주부를 선택했지 내 스스로. 그러나 주변엔 선택할 수 없는 환경으로 인해 당연히 돈을 벌어야하는 여자들과 남자들이 있다는 걸 알고 엄마는 선택할 수 있는 내 조건을 만들어 준 아빠와 아쉬운 소리 없이 자식을 키울 수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하며 산다.


3/14일 네가 동생을 폭행으로 신고한 날 엄마아빠는 둘의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또 다음날 취하하기로 했으면서 쓰지않고 몰래 나가려는 너를 붙잡고 애원한 엄마를 경찰에 신고한 너를 보며, 우리같이 평범한 가족이면 대화로 가능한 일을 부모 신고하고 동생 신고하는걸 보며 우리 가족이 해체됐음을 받아들이며 울며 절망했다...


지금 네게 집을 내어주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 과연 공짜일까? 너를 바르게 세상살도록 도움주는 사람일까?

세상엔 공짜가없고 부모가아닌 남한테 받은 것은 받은것보다 더 갚거나 돈이없고 어리석으면 가혹하게 이용당해야 하는게 세상흐름이야. 너처럼 세상의 불평등을 위해 부모형제 버리는 배우고 능력있는 29세 여성이 여태 아빠카드로 쓰고 그걸 정지했다고 부모가 너의 경제적 불행에 관심없다 말하면, 듣는 사람들은 너의 무능을 회피하는 합리화로 들으니 그런 소리는 다시 하지말아라


그래도 엄마아빠는 내 자식을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랑한다!! 잊지마라

네가 어디에 있건 건강하고 정직하며 배려하고 사랑이있는 사람으로 살길 바래


그리고 지금은 네가 옳다며 나가지만, 살다가 지금의 네 생각이 후회돼 엄마아빠가 생각나거나 사는게 정말정말 힘들다면 엄마아빠한테 망설이지말고 연락해라!! 엄마아빠가 살아있을때 너무 늦지않게 연락해라! 항상 하느님께 기도중에 너를 기억할게!!


이 글을 쓰는 지금 너무 손이 떨리고 마음이 아프다. 엄마아빠의 진심이 닿길 바란다.


네 방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거처가 짐을 옮길 정도가 되면 지금 옷으론 불편할테니 빠른 시일 내에 연락하고 네 것들을 챙겨가라. 짐트럭은 준비해줄테니.

집 출입카드는 우편으로 보내라. 이 집에 살기가 너무 맘이 아파 이사갈 생각도 있으니 네 것도 있어야 될 것 같아. 지금은 자식의 의무 권리 다 포기하고 나가지만, 엄마아빠 살아있을 때 빠른 시일 내 내 딸을 웃으며 만나고 싶다

엄마아빠 너를 사랑한다!!



친구는 트위터에 올려보라고 흘리듯이 말했고,

나는 나의 편지, 사건 개요와 함께 캡처해서 후원 계좌와 함께 올렸다.

그리고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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