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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Aug 24. 2021

엄마는 회사만 다니지 나한테 관심 없어

잘 사는 워킹맘이 되려면


사람이 쏟아지는 어느 지하철역을 지나가던 중이었다.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학생처럼 보이는 한 남자아이의 전화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엄마는 회사만 다니지 나한테 관심 없어'


내가 들은 건 단 한 문장이었다. 2초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그 문장의 분위기만큼은 또렷이 기억난다. 슬픔 하나 담기지 않은 무미건조한 말투였다. 차라리 슬픔이나 화가 담겨 있었다면 조금 안타깝고 말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더 애처로웠다.


엄마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슬픔이 무색할 정도로 무덤덤해진 건 언제부터였을까. 저 아이와 엄마는 하루에 대화를  번 할까.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일주일에 밥은 몇 번 같이 먹을까. 나는 마치 내 일인 마냥 불안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불안에 수십 개의 물음표가 따라왔다.  미래에도 저런 일이 없으리란 확신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부모와 자식의 허물없는 대화는 생각보다 어렵다. 아직 부모는 되어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자식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그들은 세대가 달라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 또한 누구의 고집도 꺾기 힘들다. 서로 솔직한 그대로를 내비치려 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직설적이기에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쉽다.




문득 아이의 엄마가 회사를 다니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일반적으로 추측해보건대, 아이의 엄마는 본인이 사랑하는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멋쟁이 커리어우먼일 수도 있다. 아니면 아이가 하고 싶은 걸 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두 눈 질끈 감고 회사를 다니는 걸 수도 있고. 또는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질 것 같으니 출근해 회사 사람들과 관계도 맺고 이야기도 하고 덤으로 돈을 버는 걸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가 됐든 아이의 엄마가 저 말을 들었다면 어떤 기분일지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게 이 이야기를 한다는  알게 된다면 벼락을 맞은 기분일 것 같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달려갈 것 같다. 정말 하고 싶은 걸 하러.


#Childhood, #Pure, #Future husband


아이와 온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다.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떠들고.


아이의 말로 찢어진 마음이지만, 아이와의 추억으로 켜켜이 채우고 싶을 것 같다. 미혼이지만 감히 상상해본다.




아이의 엄마가 정말로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걸까. 보통의 경우라면, 일에 치이다 보니 정신이 없어 아이를 잘 못 챙겼거나, 엄마의 마음을 아이가 오해했거나 둘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아이에게 관심이 없는 엄마는 찾기 힘들지 않나. (아,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으니 예외는 언제나 있다.)


나는 정말이지 '잘 사는 워킹맘'이 되고 싶다. 


Working과 Mom, 두 가지를 모두 즐겁게 잘할 수 있었으면 한다. 모든 엄마의 마음이 그러하듯. 어떻게 둘 다 잘할 수 있을까. 일단 Mom이라는 역할은 아직 닥치지 않았으니 만족스러운 Working을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엄마라는 역할이 나의 현실이 되기 전에 고민할 수 있는 부분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다. 주변에서 보고 듣는 이야기들로 상상해볼 뿐이다.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 시간과 돈에 최대한 자유로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러니 미래의 내 아이가 내가 쓴 글을 보며 끄덕이는 감동적인 순간을 상상하며 열심히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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