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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Sep 12. 2021

인격 모독하면 기분이 어때요?

한 달쯤 지난 기록


인격을 모독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상대의 감정이나 상황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어 황당한 채로 있으면, 이게 웬걸, 본인 말이 맞는 줄 알고 신나게 모욕감을 선사한다. 흔하진 않지만 업무 특성상 나는 종종 이런 이들을 만난다.


화가 날 수는 있다. 분노는 인간의 수많은 감정 중 하나니까. 하지만 그다음 단계는 다르다. 순간적인 분노를 날 것으로 표출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잘 모르는 사람에게 자초지종 없이 있는 그대로 화를 표출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아무리 화가 나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무례하게 행동하는 건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자신의 행동이 주변을 욕 먹인다는 건 너무 당연해 입이 아플 지경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처음 겪었을 땐 단순히 신기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처음 보는 유형의 인간이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이들과의 만남이 누적되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이들은 왜 이런 말과 행동을 할까. 분노조절장애라서? 처음 보는 사람을 하대하면 짜릿한 기분이 들까? 이 사람이 내 밑이 된 것 같아서 대단한 쾌감이 느껴지나. 갑질, 본인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그 마음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인격을 모독하는, 모욕적인 언사를 겪는 건 도무지 익숙해지려야 익숙해질 수가 없다. 너무 억울하다.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도 억울한 건 정말 못 참겠다.


더 격한 감정에 사로잡힌 사람이 항상 불리한 법. 감정이 어디서나 그를 방해하고, 자기의 정열에 걸려 넘어지고, 패배할 때마다 더 우스꽝스러운 짓을 한다. 찬스는 매번 줄어들지만 감정은 더욱 격렬해진다.

-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


어떤 이유누군가의 인격을 모독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행동이다. 상대가 말을 안 하고 있는 게, 당신의 말이 맞아서가 절대 아니라는 걸 깨닫길 바란다. 당신이 사람 같지 않은 말과 행동을 보여서 버퍼링이 걸린 것임을 캐치하길아무리 나를 공격해도 나는 절대 그들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근묵자흑이라 했다. 내 주변에는 그런 비상식적인 사람이 없기에, 일회적인 그들의 공격 따위에 까매지는 일은 없을 거다. 나는 계속 하얄 거고, 내 주변을 뽀얗게 유지할 거다.


며칠이 지나도 떠오르는 그들의 모습에, 사람이 사람에게 말로써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오랜만에 체감했다. 두 명이 달려와서는 눈을 부릅뜨고 본인 할 말 만을 줄기차게 하며 어리다는 이유로,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를 하대한 그 눈빛을 기억할 것이다. 분노를 통해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도록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보리라.  


전반적인 가속화와 활동과잉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분노하는 법도 잊어가고 있다. 오늘의 사회를 특징짓는 전반적인 산만함은 강렬한 분노가 일어날 여지를 없애버렸다. 분노는 어떤 상황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오늘날은 분노 대신 어떤 심대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짜증과 신경질만이 점점 더 확산되어간다. 사람들은 불가피한 일에 대해서도 짜증을 내곤 한다.

- 한병철, <피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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