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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Oct 10. 2021

MZ세대 공략은 그만!

소확행의 진실


식음료업계,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MZ세대 공략

"MZ세대 모셔라" 명품은 플랫폼 전쟁 중

새 폴더블폰 역대급 예약판매량… 깐깐한 MZ세대 잡았다

브랜드 협업…돈쭐 소비, MZ세대의 지갑 연다



MZ세대
: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학생이라면, 사회초년생이라면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조차 갖기 어려워진 요즘이다. 인생에 가장 큰 목돈이 들어가는 내 집 마련을 to-do-list에서 제쳐버리면 자유로운 소비가 가능하다. 억 소리 나는 외제차도 할부로 사면 그만이다. 오픈런해서 샤넬백을 산다고 누가 뭐라 할 것이며, 디올 반지를 낀 내 손을 보며 행복해할 수도 있다. 나의 노동을 볼모로 적어도 정년까지 매달 현금흐름이 가능한 회사를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기 싫다. 환갑이 될 때까지 나의 자유를 대가로 받는 귀여운 월급에 만족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 귀여운 반려견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은 자유로운 일상을 살고 싶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여한이 없는 그런 일상을 살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 '서울에 있는', '넓은', '내' 집이었으면 한다.


자가가 있는 서울시민이 되고 싶다. 도심의 비싼 주거비용은 선진국화 되어가는 모습 중 하나라고 하니 더욱 조급해진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제도는 힘을 잃어가고, 반전세와 월세의 가속화가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주변을 보면 집 한 채를 보유한 사람보다 무주택자이거나 다주택자인 경우가 더 흔해진 듯한 건 내 착각일까?


이 와중에 다행인 건 작년에 예랑이와 함께 세를 끼고 매수한 아파트가 있다. (경기도다.) 그 집에 한 번밖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 기억은 흐릿하지만 마음만은 든든하다. 대신 내 소비는 전혀 MZ세대답지 못하다. 꾸밈비나 FLEX를 생각하기 힘들다. 내년에 전세보증금을 줘야 하기에 재정적인 압박감이 항상 있다. 게다가 결혼 준비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내년 6월 식을 올릴 예정이다.) 홀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곳에서 소박하게 하기로 했다. 드레스만큼은 로망이 있어 원하는 샵들을 돌아다녔는데, 마음속 원픽이었던 고가의 샵이 다행히(?) 나와 합이 맞지 않았다. 세 곳 중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샵의 드레스가 원픽이 되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이 제일 가격이 좋다는 사실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덕분에 40만 원을 세이브했다. 메이크업은 졸업식 때도 안 받아봤으니 좋은 곳에서 하기로 했다.


스드메가 끝인 줄 알았는데 시작이었다. 본식 스냅, 본식 DVD, 웨딩홀 꽃장식, 신랑 예복, 신혼여행, 한복 대여, 폐백 등 돈 달라는 데가 왜 이렇게 많은지. 둘 다 반지를 좋아해서 웨딩 밴드에 예산을 많이 썼는데 후회는 없다. 아낄 건 아끼지만 가치를 두는 것에 대한 소비는 과감한 게 우리 커플의 특징이다. 굵직한 소비들을 먼저 하다 보니 스냅이나 그 후의 결정사항들에 대한 욕심이 확 줄었다. 처음 봤던 업체의 1/3 가격인 곳에서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필요에 의한 지출이 많은 시기를 지내다 보니, MZ세대를 공략하는 마케팅 문구에 유달리 날카롭게 반응하게 되더라. 요즘은 똑똑한 AI들이 휴대폰부터 지하철, TV 등 온갖 광고를 통해 내 취향을 공략해서 버티느라 힘들다. 내 동생은 이미 '욜로'라는 말 덕분에 합리화할 수 있는 민족까지 생겨 더 신나게 쓰고 있다. 욜로하다가 골로 간다고, 아무리 말해도 듣는 둥 마는 둥이다. 지금 행복한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 날 내일이 없는 것처럼 소비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아야 하는데.. 젊은이들의 취약한 부분을 건드려 자연스럽게 소비를 조장하는 스마트한 환경이 무서울 지경이다.  


MZ세대도 서울에 내 집 갖고 싶다.  

MZ세대도 결혼하고 싶다.

MZ세대도 내일, 잘 살고 싶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세상이 아무리 우리 세대를 공략해도 열심히 살아남아 보겠다. 십 년 후에 이 시절을 뿌듯하게 회상할 수 있도록 절제와 행복의 균형을 잘 맞추어 봐야겠다. MZ세대, Way to go!!  




지배하거나 복종하지 않으면서도
무엇인가 하고 있는 사람만이
참으로 행복하고 위대하다.

-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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