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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블루밍 Sep 24. 2021

서른 살, 결혼을 합니다

아직도 서른이라는 게 믿기진 않지만


내년이면 서른이 된다. 그리고 결혼을 한다.  가지의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어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덜 놀라고 덜 실수하기 위해서. 즉흥적인 것보다는 철저한 플랜이 짜인 것을 선호한다. 뭐든 미리부터 준비를 해두는 게 마음이 편하다.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면 당황하 피곤해하는 스타일이다. 어느 순간 내가 이런 성격임깨달았고,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쿨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내년, 서른 살이 되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을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서른이라니


마음만은 여전히 20대 초반일 때와 다를 게 없는데 십 년이 지났다고 하니 조금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 어쩌다 내가 서른이 되었나.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나는 과연 무엇이 바뀌었는가. 솔직히 외모는 점점 깔끔해지는 것 같다. 옛날 사진을 보면 왜 저렇게 입고 다녔는지 과거의 나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오히려 지금이 더 어려 보이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이려나. 무튼 나이가 들수록 꾸밈비와 적절한 스타일링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동안 했던 말과 행동을 되짚어도 보고 책도 읽고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하면서 살았다. 그만큼 생각이나 마음이 컸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예민할 때도 많고 화가 날 때도 있는데, 그걸 참으면서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성인군자처럼 인자하게 살기는 글렀다. 오히려 어릴 때가 더 착했던 것 같다. 다만, 내 자신에게는 훨씬 관대해졌다.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 덕분에 꽤나 단단한 자존감을 자랑한다.   



내가 결혼을 한다니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다. 삼 남매와 함께 다섯 식구가 시끌벅적하게 집을 꽉 채워 살아왔기 때문에, 내가 꾸리는 가정에 대한 로망이 컸다. 이를테면 자상하고 배울 점 있는 남편과 선하게 큰 자식을 보면서 행복해하는 내 모습, 같은 것이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고 이왕이면 노산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결혼을 늦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결혼을 생각하는 나이에 가족이 되고 싶은 사람이 곁에 있었고 드디어 내년, 서른이 되는 해에 결실을 맺는다.


주변을 살펴보면 결혼과 육아를 둘러싸고 사는 모습이 가지각색이다. 일찍 결혼을 한 친구도 있고, 이미 육아를 하는 친구도 있다. 비혼인 친구도 있고, 딩크인 친구도 있다. 본인의 선택에 따라 삶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에 각자의 사는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친구들에게 결혼을 한다고 공표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있다.


결혼을 어떻게 결심하게 된 거야?


특히, 미혼인 친구들이 많이 물었는데,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오래 연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 어떤 순간이 딱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였다. 친구들의 표정은 썩 이해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일단 오랜 연애는 그 기회를 떠나보낸 이들의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요건이다. 그러니 자연스럽다는 말에 좀 더 부연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다 보니 결혼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보다 명쾌한 설명이 나에게도 필요했다. 어쩌다 나는 결혼이라는 길을 선택했고, 이 사람과 함께 하겠다는 용기를 가지게 된 걸까. 그 과정이 나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뭐든 정의 내리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의 시작점부터 적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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