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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삼팩토리 Sep 25. 2022

베를린 직장인은 '퇴근 후' 무엇을 할까.

베를린 직장인 3인의 퇴근 후 생활을 엿보았습니다. 


글로벌 시대, 많은 인재가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제 도시로 유명한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지역부터 뉴욕, 런던, 파리는 늘 세계로 진출하고 싶은 사람들의 꿈의 무대와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 가장 힙한 도시는 따로 있다. 글로벌 무대로 늘 언급되던 곳은 아니었지만, 2010년대 이후 ‘유럽 스타트업 허브’로 불리며, 전 세계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는 베를린이 그곳이다. 베를린은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으로서 국가 파워를 가진 ‘독일’의 수도이자, 예술가와 학생이 많은 인기 있는 클럽의 도시로 사랑받아 왔다.

최근 10여 년간 베를린에는 한국 출신의 인재도 늘어났다. 전통 직업 중 해외 취업이 용이한 기존 직업군에 종사하던 사람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속속 베를린으로 모였다. 이들이 베를린으로 온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도시의 다양성과 영(young)함이 한몫했다. 즐거운 놀이 문화가 가득한 베를린의 직장인들은 퇴근 후 무엇을 할까. 그들만의 특별한 여가 활동이 무엇인지 들여다보자. 

ⓒ 셔터스톡



#베를린을 거점으로 휴일마다 유럽 여행 중

독일 종합병원 간호사 하세희 님



세희 님은 독일 베를린의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종합병원 간호사지만 퇴근 후 여가를 위해 전통적인 3교대를 하지 않는 근무 방식을 택했다. 주중에 규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교대 근무 시 나오는 별도 휴가가 없기 때문에 3교대로 일할 때보다 주중에 탄력적으로 휴가를 내기 힘들어졌다. 



여행은 세희 님에게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탄력적으로 휴가를 내는 못하는 대신, 작년 9월부터 100% 타임을 모두 근무하지 않고, 80%만 근무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되면, 보통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휴일로 쓸 수 있고, 이 시간을 온전히 여행하는 데 쓴다. 베를린 근교에서부터 근처 이웃 나라인 체코, 폴란드 등을 여행하는데, 주변에 마음이 맞는 직장인들과 일정을 짜서 삼삼오오 여행 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로나 이전, 가장 인상적이었던 여행은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있는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로 떠난 

18일간의 여행이었다. 베를린은 오르막도 찾아보기 힘든 평지라서, 가끔 한국의 산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조지아의 쿠타이시는 베를린에서 약 4시간가량 비행기를 타면 갈 수 있고, 멋진 하이킹 코스를 가진 산이 많다. 물가도 싼 편이고, 음식과 와인이 유명하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하는 식도락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육로를 이용해 독일의 인접국으로 여행을 다닌다. 특히 세희 님은 시즌별 스포츠 활동을 좋아하는데, 2~3월에는 체코, 폴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으로 갈 수 있는 스키 여행을 반드시 간다. 올해 2월에는 친한 친구 3명과 함께 프랑스 알프스에서 제일 유명한 샤모니몽블랑(Chamonix Mont blanc)을 다녀왔다. 샤모니는 유럽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샤모니 지역에는 여러 스키장이 있는데 그중 La Flegere와 Le Brévent라는 스키장을 다녀왔다. 베를린에서 제네바까지 비행기를 타고, 제네바 공항에서 샤모니로 가는 직통버스를 타면 바로 스키장으로 갈 수 있다. 겨울 시즌은 스키 성수기이기 때문에 버스 연결이 굉장히 좋다.



올해 2월에 다녀온 프랑스 샤모니 지역, 뒤에 보이는 산이 몽블랑이다. ⓒ 하세희


베를린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여행하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스키 후 먹는 컵라면은 정말 꿀맛이다. 그래서 스키여행의 필수품은 단연 컵라면이다. 오스트리아 티롤, 프랑스 샤모니 지역은 스키장과 멋진 산맥으로 유명하지만, 베를린에서는 다소 멀다. 그래서 휴가가 길지 않을 때는 베를린 근교에서 차로 2~3시간쯤 걸리는 체코 하라초프( Harrachov)나 폴란드 자코판네(Zakopane)로 스키 여행을 떠난다. 


    

#퇴근 후 자기 계발에 투자하다

딜리버리 히어로 오준석 님 



2019년부터 베를린 딜리버리 히어로의 결제 부문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오준석 님의 퇴근 후 일상은 주로 운동, 영어 공부, 독서, 그림 그리기로 채워진다. 최근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Senior Software Engineer)로 승진하면서부터 주니어들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그에게 화두는 ‘어떻게 잘 이끌고 설득할 수 있을까’다. 



영어가 주 언어이기 때문에 팀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에서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일상 업무를 영어로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내 의견을 명확하게 표명하는 데에 있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국 소통의 방법론을 익히는 것과 같다. 



TED 강연 등 다양한 영상도 즐겨 보고 있고, 독일어권 작가들이 쓴 영어 도서도 꾸준하게 읽는다. 문화적인 맥락 안에서 팀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최근 읽고 있는 책은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The Neverending Story)다. 어릴 때 좋아하던 책이었는데, 영어판으로 다시 읽으니, 좀 더 고급스러운 어휘와 문장을 익히는 데 이만한 방법은 없다. 



준석 님은 사람들과의 소통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자신을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잡았다, 네가 술래야>에 푹 빠져 있다. 경계성 성격 장애를 지닌 이들과 그 주변인의 이해를 다루는 책인데, 자신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많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그림 그리기는 그의 오랜 취미이자 꿈이다. 직장 생활이 바쁘고 늘 시간이 없는 것은 독일이나 한국이나 똑같다. 한정된 시간 밖에는 없지만, 그림 그릴 시간을 일부러 확보하기 위해 꽤 노력하는 편이다. 그것은 독일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모자란 시간에도 라이프 드로잉, 풍경화, 일러스트, 만화 등 무엇이든 도전하면서도, 독일에 있는 동안 잘 그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도 고민하고 있다. 지금은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를 그림으로 옮기며 즐거워하고 있다.



오준석 님이 직접 그린 그림. ⓒ 오준석


잘츠부르크 근교의 농장에서 생후 10일 된 새끼 염소를 볼 기회가 있었다. 아기 염소의 귀여움에 푹 빠져있는 와중에도 사진을 찍어놓은 덕분에 이 스케치를 남길 수 있었다. 귀여운 것을 그리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흔치 않다.


    

#워킹맘의 퇴근 후 시간은 만국 공통

코스메틱 스타트업 예쁘다(Yepoda) 박은영 님



박은영 님은 베를린의 코스메틱 스타트업 예쁘다(Yepoda)에서 코 마케팅 디렉터(Co-Marketing Director)로 일하고 있다. 근무하는 회사가 스타트업이고, 2020년 회사가 창업할 때 초기 멤버로 합류했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굉장히 세지만, 최대한 퇴근 후 여가를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은영 님은 스페인어를 전공한 덕에 라틴 아메리카권에서 공부하고, 여행하면서 라틴댄스를 배웠다. 늘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라틴사람들에 비해 독일 사람들의 온도는 좀 차갑다고 느낀다. 그래서 삶의 활력을 주기 위해, 베를린에 있는 스페인, 라틴친구들과 자주 만나고 함께 라틴댄스 모임에도 나간다. 



두 번째로 즐기는 여가는 수영이다.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수영장에 간다. 항상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수영은 가장 좋아하는 운동 중 하나다. 은영 님은 다섯 살 딸을 둔 워킹맘이다. 수영은 딸과 즐길 수 있는 좋은 활동이기도 하다. 



그녀는 일주일에 5일을 일하는데, 스타트업이라 보통 이틀은 야근하고, 이틀은 딸 픽업을 담당한다. 픽업 후에는 유치원 친구와 플레이 데이트를 하거나 딸과 수영장에 간다. 야근, 춤추러 가기, 수영하기, 친구랑 놀기가 일종의 패턴이다. 나머지 하루는 딸을 시어머니가 픽업하고 돌봐 주신다. 아이를 일찍 데리러 가는 날은 이른 퇴근을 위해 근무를 아침 7시부터 시작한다. 일하랴 육아하랴 적당히 여가를 즐기랴 바쁜 삶이다. 



지난 할로윈 파티 때 다섯 살 딸과 코스튬을 입고 한 컷, ⓒ 박은영



은영 님은 베를린 직장인지만 야근도 있고, 워킹맘이기 때문에 꽤 빡빡한 일주일을 보낸다. 베를린에서 워킹맘의 삶이 너무 미화되지 않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스타트업의 예외적인 상황이기도 하지만, 치열하게 사는 것은 세계 직장인의 공통점이라는 것을 은영 님의 삶에서 엿볼 수 있다. 


    

유럽에 있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여행 그리고 한국과는 다른 영역에서 필요한 자기 계발에 이르기까지 베를린의 퇴근 후 시간은 다소 다르다. 하지만 여전히 워킹맘은 바쁘고, 퇴근 시간은 천천히 오고 주말은 짧으며, 휴가가 속절없이 지나가는 것은 만국 직장인들의 공통점이다.

공간이 달라도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는 법. 나만의 퇴근 후 행복 비법을 만드는 것이 자기 계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 이 글은 <원티드>의 [해외 취업의 모든 것 '유럽 편']에 기고하였습니다. 



이은서

eunseo.yi@123factory.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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