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을 청춘이 잠시 나를 찾아왔다

나이를 잊게 만든 낯선 친구들과의 웃음

by sso

호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 같은 곳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선샤인 코스트의 물루라바 비치 호스텔을 말할 거다.


여기는 호주인들이 추천하는 휴양지중 손에 꼽는다. 시드니에서 만난 한국 친구가 ' 언니! 여기는 호주생활 끝나기 전에 꼭 한번 가보세요'라고 했던 곳이다.



혼자 떠난 여행이라, 혼자 지역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타고 오는 내내 식은땀과범벅되었다


'내가 과연 혼자 잘할수 있을까?' 지역이 점점 외딴곳이니 시내가 아니라는 두려움에

의구심만 증폭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덩그란히 내려진곳 '물루라바 비치 호스텔 앞'


휴양지라 당연히 건물이며 빌딩도 없는데 ' 호스텔 이름이 보이지 않는것이다

헉... 망했다. 이렇게 아고다 사기를 당하는건가 .. 영어도 못하는데 어디서 찾지? 그러던 순간 구글 지역에서 딱 한곳에서 멈추는곳이 있었다. 음 ..뭐지? 알고 보니 이름이 바뀐것이였다.


안도의 한숨과 하늘이 도운것 같았다. 언빌리버블!


문을 열자마자, 나는 다른 세상으로 들어왔다.

로드트립을 막 끝낸 듯한 20대 청년들은 근육질의 몸을 과시하듯 상의를 벗고고장 난 차를 손으로 고쳐내고 있었고, 방금 비행기에서 내린 듯한 여자아이들은 자기보다 3배나 큰 거대한 배낭을 끌고 들어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영화 속 ‘여름방학’이 현실이 된 풍경.

마치 미국 청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연출이 아닌 “그냥 삶”을 사는 듯한 곳.




딱 고등학생아이들이 , 성인이 되어 첫 휴가를 맞아 놀러온것 같은 곳이였다.



도미토리 방의 문을 열자 프랑스, 영국, 미국…

유럽의 훈녀들이 다 모인 기분이었다. 향수냄새가 조금 진동을 하지만 막 성인이며 새내기가 된 여자아이들의

한번 맘껏 꾸미고 싶다가 눈에 그려졌다. 유럽의 미모 상위 1%만 모아둔 것 같은 도미토리. 문을 여는 순간, ‘여기는 뭐지?’ 싶었다. 서로가 서로의 화면 속 한 장면처럼 빛나고, 자유롭고, 선명했다.

찰랑거리는 속눈썹과 파란눈은 정말 깊었으며, 피부는 정말 1등급 우유빛처럼 하얗다 못해 뽀앴다.


문득 생각한다. 내가 20대였다면, '나도 껴줘' 하고 저 친구들과 더 재미있게 놀수 있을것 같았다


조그만 수영장에서는 수구를 즐기고, 태양은 그들의 어깨와 청춘에 반짝이는 조명을 더했다.

이곳 전체가 해방감의 향기로 가득했다. 시내의 호스텔은 워킹 비자로 일을 구하려는 아이들과 진짜 거취를 찾기전 머무는 곳이라 조금은 칙칙한 분위기였는데 , 휴양지 호스텔이 이렇게 까지 눈부실줄은 몰랐다.


동양의 작은 관광객은 눈으로 그들이 노는것만 보며 조용히 앉아있는데

저녁 7시. 로비에서 모두 모여 퀴즈 게임을 한다고, 나보고 내려오라는게 아닌가?


'쭈삣쭈삣' 내 이름까지 써져 있는 테이블이 있어, 그 자리에 앉았다.

벌써 조별 퀴즈가 시작됐다.게스트하우스 파티처럼 보였지만 이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게스트하우스 특유의 남녀 매칭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그저 웃고, 대화하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자리.

각자의 서로 신상을 묻기보다 , 이미 짜여진 팀에서 서로 우승하겠다고 흥분한 목소리로 정답을 외치며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와 여기야 말로 신세계 였다.


검은 머리 동양인이 나 하나였지만그들은 미소와 퀴즈, 춤과 박수로 내 자리를 자연스럽게 마련해주었다.




MC가 보여주는 이미지 속 인물을 맞추고, 모두가 아는 팝 음악이 흘러나오면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을 추는 사람들. 기쁨을 숨기지 않는 나라의 사람들. 음료 한 잔으로 이렇게 즐거워질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열정적이고 환하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맘껏 그루브 타는 사람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걸 눈치보며 살아 왔을까? 그 자유분방함이 좋았다. 남들 눈은 신경쓰지 않고, 음악에 취해서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좋았다.



옆 친구에게

영어로 간략하게 인사했다

“넌 어디서 왔어?”
“오, 한국 ! 나도 가보고 싶어!”

" 넌 어디서 왔어??

" 난 미국 샌프란 시스코, 난 일주일째 배낭여행중이야. "

" 난 아이슬란드 , 일을 쉬는 동안 여행왔어"



하지만 대화는 짧게 끊어졌다.영어 한 문장을 더 이어가는 용기. 그게 없었다.

그나라에 대해서 궁금한게 많았는데, 영어가 너무너무 아쉬었다. 진짜 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이였다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조금만 더 나를 열었더라면

영어가 조금 더 유창했다면

낯선곳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밤새 수다떨면서, 조금 더 넒은 세상을 알수 있었겠지



아쉬움보다 컸던 건 깨달음. 부딪혀보는 순간,

세상은 늘 이토록 넓어진다는 것을 비로소 발을 떼보고 알게 되었다


호스텔의 부엌에서 각자의 식재료로 저녁을 만드는 아이들이 있었고, 쇼파에서 소설을 읽는 아이, 당구를 치는 아이,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잊고 있던 자유를 되찾았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순간이 각자의 청춘이었다.


전세계에 청춘들이 그들 기준으로 즐기는 모습



1박을 하면서 서핑은 하지 않았찌만 아침에는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플랫 화이트'를 들고 산책을 했고

밤에는 별빛 아래로 천천히 걸었다. 그저 그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선샤인 물루라바 비치.

이곳은 참 특별했다.


이 나이가 어떤 명함도 되지 못하는 자리에서도
청춘은 다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 나이에, 이 순간에, 내가 이곳에 있다니.

짧았지만, 청춘이 다시 나를 찾아온 밤이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자유로움과 해방감 그들의 청춘 모습들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진짜 떠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그곳. 그곳에서는 24시간의 추억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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