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날았지만, 자유롭지는 않았다.
나비가 되고 싶은 종이비행기.
나는 오래, 접혀 있었다.
높이 날았지만, 앞을 보지는 못했다.
나비가 되고 싶은 종이비행기.
종이비행기는, 처음부터 접힌 존재다.
종이를 펴고,정해진 절취선을 따라 접는다.
이렇게 접어야 잘 난다고,이 각도가 맞다고,
이 방향으로 날려야 멀리 간다고
누군가가 알려준다.
나 역시 그랬다.이 길이 맞다고 믿었고
이렇게 하면 더 높이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여러 번 접혔다.각을 맞추고, 방향을 맞추고,
흐트러지지 않도록나를 단단히 접었다.
그 안에는 분명나의 꿈도 함께 들어 있었다.
열심히 접힌 만큼더 멀리 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실제로 나는 한동안 꽤 높이 날았다.
사람들이 올려다보는 자리에도 가보았고스스로 대견하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오래 날지는 못했다.
잠깐의 상승 뒤에는 생각보다 빠른 하강이 찾아왔다.
바닥에 닿는 순간은 늘 조용했다.
큰 소리도, dramatic한 장면도 없이
그저 툭, 하고.
그러다 문득 시야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낮게 날고 있는
노란 나비 한 마리였다.
그 나비는
하늘을 향해 직선으로 날고 있지 않았다.
위로 올라가려 애쓰지도 않았다.그저 앞을 바라보며
자기만의 리듬으로 날고 있었다.
그 모습이이상하게 오래 눈에 남았다.
나비는 누군가에 의해 접히지 않는다.
정해진 선도 없고맞춰야 할 각도도 없다.
애벌레에서 깨어나
스스로 변하고스스로 날개를 얻는다.
그 과정은 누가 대신해줄 수 없고
누구의 기준으로도 재단되지 않는다.
그때 알게 되었다.
종이비행기와 나비의 가장 큰 차이는
높이가 아니라방향이라는 것을.
종이비행기는늘 위를 향해 있다.
나비는앞을 향해 날아간다.
종이비행기는 한 번 접히면 다시 바꿀 수 없지만
나비는 살아 있는 동안 계속 변한다.
나는 그동안
너무 오래 종이비행기처럼 살아왔다.
잘 접히는 법,
흔들리지 않는 법,
정해진 방향으로 날아가는 법만을 배웠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나비가 되고 싶은종이비행기 같다.
아직 날개는 없고
아직은 접힌 자국이 선명하지만, 적어도 나비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어쩌면 지금은
날지 못하는 시기가 아니라
날개를 만드는 중일지도 모른다.
당장 하늘로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은방향을 바꾸는 시간일 수도 있으니까.
나는 아직 종이비행기다.하지만 예전처럼
아무렇게나 접히지는 않을 생각이다.
언젠가
조금 서툴더라도
앞을 향해 날 수 있기를.
나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