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내가 사랑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대학교 시절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을 분석하는 강의도 듣게 되었다. 나는 그때 호밀밭의 파수꾼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나와 너무 유사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에 소름 돋았다. 나는 그와 같이 부자의 부모님도 기숙학교에서 살지도 않았지만 나는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는 부모와 엄격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홀든 콜필드의 친구들을 보고 느꼈던 감정은 내가 느꼈던 감정과 너무 유사했다. 그의 모든 느낌이, 그가 사람을 대했던 마음씨와 생각이 나와 너무 똑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아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있구나. 그런 위안. 그리고 그 소설을 온갖 미국의 범죄자들이 많이 봐서 유명해졌다는 사담은 나를 더 웃기게 만들었다. 그 당시에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단어가 유행이었고 나는 그런 취급을 받기도 했었다. 나는 가끔 친구들에게 넌 싸이코패스같다고 말을 들었다. 넌 남에게 관심이 없잖아. 그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범죄자들이 많이 봤다는 이 소설에 동감하는 걸 보면 나는 진짜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처럼 살기에는 너무 연약하였고 작은 벌레하나 죽일 수가 없었다. 그들의 아픔이 느껴져서.
조울증과 호밀밭의 파수꾼
시간이 흘러서 내가 조울증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홀든 콜필드가 왜 순수함을 그토록 바라왔는지, 그리고 그가 왜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었는지 실감하였다. 그런 사고방식, 그런 삶의 태도는 애초에 정상의 범주가 아니었다는 것. 나는 남들도 다 그런 식으로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남들은 홀든 콜필드나 나처럼 살지 않았다. 우리가 무시하고 싫어했던 사람들처럼 살아갔다. 그게 정상의 범주였다. 아니면 우리처럼 미쳐
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왜 범죄자들이 그토록 좋아했는지 알 거 같았다. 그들이나 나나 정신병원에 애초에 갔어야 했던 사람들이니까.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당기는 그런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다 그런 어린 시절의 감정을 느꼈었겠지? 이해받지 못하는 삶에 대한 속풀이를 그 소설로 이루어낸 것이다.
It is funny, Don't ever tell anybody anything. If you do, you start missing everybody.
그래 정말 웃긴 일이었다.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만약 그렇다면 모두가 그리워질 거라고.
그게 내가 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스쳐갔던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면서 그들에게 하고픈 이야기.
이 소설의 작가 JD 샐린저 역시 이 소설을 쓰고 오랜 기간 은둔생활을 하면서 지냈다고 했다. 이는 그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말도 있다. 영화화도 거절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와 거울 같은 사람. 나의 꿈도 유명한 소설 작가가 되어서 은둔하면서 지내는 것이었는데. 그게 이상해?
MBTI와 나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이젠 MBTI가 유행을 했다. 나는 MBTI INTP이라고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내 MBTI를 맞추는 편이다. INTP이나 INTJ라고 한다. 내가 그토록 열심히 남처럼 되려고 노력했는데 거기에 최근에 외항사 학원도 다녔는데 여전히 그렇다고 한다. 그게 나의 정체성인가? 내가 그렇게 차갑고 남들에게 관심이 없어 보여? 나는 남에게 관심이 많다. 여전히. 너네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너네를 항상 기억하고 있어. 너네는 나를 까먹고 나에 대해서 관심이 없겠지만. 왜 나는 차가운 사람으로 취급을 받고 너네는 그렇지 않니. 그게 나의 궁금증이다. 나는 항상 너네에 대해서 따뜻하게 대해주려고 하는데. 왜?
나는 여전히 그런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비로소 내가 조울증을 진단받고 이젠 모든 것이 풀렸다. 나는 조울증으로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나의 정체성을 조울증으로 하면 되는 것이었기에. 내 성격도 내 탓도 내문제도 아닌 병의 문제였다. 나는 내가 이상해보이는 것이 조울증이라고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극복하는 방법도 결국 병을 낫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모든 답을 찾고 나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졌다.
호밀밭의 파수꾼 홀든 콜필드도, JD 샐린저도, 범죄자도, 싸이코패스도 나도 모두 정신의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