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음 조용했고 마음은 흔들렸다
그날 도서관은 평소처럼 조용했다.
아이들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가 책을 빌리고 나갔다.
선생님들은 복도에서 바쁘게 지나갔다.
책들은 제자리에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고
창문 너머로 햇살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나는 먼지를 닦고
책을 가지런히 세우고
책상 위에 흩어진 연필을 모으고 있었다.
그 어떤 변화도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그런데 문득 눈물이 났다.
어디선가 슬픈 노래가 흘러나온 것도 아니었다.
누가 내 마음을 툭 건드린 것도 아니었다.
그 누구도 나를 탓하거나 다그친 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는데
나는 울고 있었다.
예고 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가만히 흐르고 있는 이 하루 속에서
나는 멈춰 서서 울고 있었다.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였다.
울만한 일이 있었던가?
오늘 아침에 특별히 상처받은 일이 있었던가?
누구에게 무시당했던기?
누가 차갑게 굴었나?
하루를 거꾸로 돌려보며 나는 내 눈물의 이유를 찾았다.
하지만 없었다.
정말 없었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다.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몰랐다.
그리고 그게 더 슬펐다.
나는 너무 오래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별일 아닌 일엔 감정을 삼키고
남들이 힘들어할 땐 더 웃고
정작 내가 지칠 땐 아무 말 없이 참았다.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하루하루 버텨왔다.
생각해 보면 무너짐은 언제나 조용했다.
비명이 아니라 침묵이었다.
눈물은 소리 없이 흘렀고
가슴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부서졌다.
누가 봐도 괜찮은 사람처럼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도서관 책장들 사이에 서서 웃던 날도
활짝 웃으며 아이를 안아주던 날도
사실은 마음 어딘가가 서서히 조용히 금이 가고 있었다.
그게 오늘
아무 일도 없는 이 하루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나는 그제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프다.
그리고 그 아픔에는 꼭 거창한 이유가 없어도 된다는 걸
그동안 너무 오래 내 감정을 의심했다.
이 정도는 참아야지.
다들 더 힘든데 이런 걸로 울면 안 되지.
그 말들이 내 안의 울음을 묶어놓고 있었다.
그래서 그날의 눈물은 내게 유일한 구원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눈물 덕분에 멈췄다.
혼자 책상 앞에 앉아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흘러나오는 감정에 나를 맡겼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그래 힘들었구나.
너 진짜 많이 참았구나.
그 말에 눈물이 더 쏟아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끌어안아준 것도 아니었지만
그날 처음으로
나는 나를 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