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결국 사랑이었다

작고 따뜻한 말들이 붙든 날들

by 주소영

주말이면 남편이 집에 온다.

짐을 풀고,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본다.


“오늘은 시켜 먹자.”

“아이들 데리고 좀 나갔다 올게.”


딱 그만큼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무심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은 더 멀게 느껴졌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같은 마음에 닿지 못하는 사람.

그가 곁에 있는 주말보다

차라리 없는 평일이

덜 외로운 날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내게 다가왔다.


“엄마, 나 혼자 숙제할 수 있어.

엄마는 조금 누워.”


째는

식탁을 조용히 정리했다.

물컵도, 젓가락도

쨍그랑 소리 없이 놓으려 조심하며 말했다.


“엄마, 다 먹고 식탁 제가 치울게요.”


셋째는

내 무릎에 털썩 누워

고개를 배 위에 기대고 중얼거렸다.


“엄마, 배 말랑이 같이 너무 푹신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등을 토닥였다.

그러자 아이가 더 꼭 안겼다.


막내는 갑자기 허리를 감싸 안고 외쳤다.


“엄마 최고!

엄마가 제일 좋아!

아빠보다 더!”


그 말에 웃음이 났지만

금세 울컥했다.


아이들은 다 알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작은 눈과 손으로

내 마음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따뜻하게

곁에 있어주었다.


남편이 주말에만 조심스레 머물다 가는 동안

아이들은 매일 내 곁에 있었다.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말이 아닌

살아 있는 손길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기억은 결국

사랑이었다.


울지 말라고 안아주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쉬라고 떠밀어주던 그 마음들.


나는 그 사랑 안에서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게 아이들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말로 다하지 않아도

사랑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지금 내 삶을 붙든 건

그 작은 말들,

작은 손들,

작은 품들이었다.


그 모든 순간이

나를 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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