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도와줄 거 없어요 선생님?

머물고 싶다는 말 대신

by 주소영

지후는 오늘도 도서관에 왔다.

책을 보려는 것도 아니고 친구를 따라온 것도 아니었다.

내 앞에 서서 조용히 물었다.


“선생님, 도와줄 거 없어요?”


처음엔 책 정리 같은 일을 시켜보기도 했다.

스티커도 붙여보자고 했고 자리 정돈도 맡겨봤다.


하지만 지후는 어느 날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다 가곤 했다.

책장을 보다가도 페이지는 넘기지 않았다.


그제야 알게 됐다.

이 아이는 무언가를 도와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이곳에 머물고 싶었던 거라는 걸.


요즘 나는 지후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다.

아이에게서 먼저 말이 나오면 웃으며 말해준다.


“오늘도 와줘서 고마워.”

도서관은 그런 곳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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