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오늘도 그냥 왔어요

책은 없지만 마음은 들고 오는 아이들

by 주소영

요즘 도서관엔 서윤이와 그 무리가 거의 매일 온다.


책을 빌리진 않는다.

앉아서 조용히 있는 것도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먼저 나를 찾는다.


“선생님, 저 어제 새 신발 샀어요.”

“선생님, 오늘 머리 예쁘세요.”

“근데 아까 지후가 저 밀었어요.”


장난처럼 시작되는 말 사이에

가끔씩 진짜 마음이 끼어 있다.


나는 대답보다 고개를 들어 서윤의 눈을 한 번 본다.

그 아이는 오늘도 웃고 있지만

그 눈 안에는 잠깐 머물다 가는 감정이 남아 있다.


책 없이 왔지만 그 아이들은

매일 마음을 들고 도서관에 온다.


도서관은 책만 드나드는 곳이 아니니까.

그 아이들이 다녀간 자리에

마음이 조용히 머물다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02. 이 책 어디 있어요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