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 문자와 함께 오는 자책감

by 노엘리에


오전 9시, 문자가 와 있었다.

OO님 대출이 연체 상태입니다.


3시 40분, 또 다른 알림.

[OO카드] 결제대금 미납 안내


연체 문자는 매일 눈을 뜨면 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폰을 뒤집어 놓고, 없는 일인 양 외면했다. 하지만 진동은 계속 울렸고,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처음에는 '이번 달만 어려운 거야.'라고 생각했다. 다음 달 월급이 들어오면 바로 갚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다음 달에도, 그다음 달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밀린 이자가 불어 더 커진 금액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가장 괴로운 건 나 자신에게 하는 변명이었다. '원래 계획이 있었는데 갑자기 지출이 생겼어.', '이번엔 정말 예상 못한 일이야.'. 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내가 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걸.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쇼핑으로 달래려 했다는 걸.


친구들과 만날 때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항상 돈부터 확인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안부에도 "늘 똑같지 뭐."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연체 문자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가장 힘든 순간은 밤이었다. 모두가 잠들 때쯤 침대에 누우면 하루 종일 미뤄둔 현실이 고스란히 나를 덮쳤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한숨 쉬고, 다음 달 카드 값을 계산하고, 대출 이자를 더해보면서 숨이 막혔다.

그런 밤이면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유튜브를 보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다.

당장의 괴로운 현실을 잊고 싶어서.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전화 기피증이 걸릴 만큼 두려워했던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는 걸.

그 소리는 내가 어른답지 못하다는 걸, 계획성 없이 살고 있다는 걸, 아직도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는 걸, 책임 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경고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더 이상 폰을 뒤집어 놓지 않기로. 연체 문자가 오면 바로 확인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갚아 나가기로. 완벽하게 해결할 순 없어도, 적어도 외면하지는 않기로.


지금도 진동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여전히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하지만,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것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게 앞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혹시 당신도 받고 싶지 않은 알림이 있나요?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 있나요? 그 두려움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저처럼 조금씩이라도 마주할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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