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가장한 불안의 증세
나는 한동안 자기계발에 중독되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도 그렇다.
다이어리에 일정을 빼곡히 채우고, 강의를 듣고, 루틴을 짜며 안도했다.
스스로를 관리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계발이 아니라 불안의 증상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길, 취업이나 정규직을 선택하지 않았기에
결국 나 자신을 증명하는 일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하고 있어도 괴롭고, 멈추면 더 괴로웠다.
'지금 내 처지에 쉬는 건 사치'라고 믿었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증명해야 하지?"
"난 언제까지 이 챗바퀴 같은 삶을 살아야 할까."
자기계발은 그런 나에게 잠시나마 숨 쉴 틈을 주는 진통제 같았다.
진통제를 먹으면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견딜 수 있게 해주니까.
자기계발을 하고 있으면, 이루지 못해도 '쓸모없는 시간을 보내진 않았다'는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괴로움은 끝나지 않았다.
가끔은 너무 지쳐서, 남 탓을 하고, 사회 탓도 했다.
문화와 제도 속에 녹아 있는 억압적 구조가 나를 이렇게 몰아세운 거라고, 그래서 내가 힘든 거라고.
그렇게, 나는 징징 거렸다.
그리고 결국엔 끝없는 자기 의심에 갇혀 버렸다.
"이걸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시간 낭비 하는 건 아닐까?"
한편으로는 이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나를 증명하려고 애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