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기다림, 그리고 원망
브런치에 글을 일주일 만에 쓴다. 그 동안 바쁘게 지냈냐고? 아니, 글 쓸 시간은 충분히 있었지만 스스로 미룬 탓이다.
엄마가 자러 방에 들어가는 시간은 11시 이후다. 그보다 더 늦게 들어갈 때도 있고.
그때부터 거실은 나만의 공부방이 된다. 거실의 불을 켜고, 책상을 펼쳐 노트북과 각종 프린트 물을 올려놓는다.
10대 때 어른들은 그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공부가 가장 쉬운거야."라고.
그 때의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부든 일이든 늘 혼자만의 고독한 싸움이었다. 특히 목표를 정하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과정은,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혼자 걷는 기분이었다. 스스로에게 '나 잘하고 있는 거 맞나?'라고 끝없이 되물으며 나를 증명해야 했다.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일희일비 하기도 했고.
수 없이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다름 아닌 '버텨내야 한다'는 작은 속삭임이었다. 이 글은 그 버거운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2022년, 퇴사를 하고 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할 지 고민하던 그때 아빠는 나에게 "사회복지사"를 권유했다. 엄마도 나에게 사회복지사를 권유 했고, 고모 역시 나에게 사회복지사를 권유했다. 대학 입시 때 사회복지학과를 원서로 넣은 적은 있었지만, 정말로 가고 싶었던 학과는 아니였다. 그런데 주변의 어른들이 권하니까 권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일단 해보기로 했다.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면서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쉴만 하면 중간고사와 레포트, 기말고사가 몰아쳤다. 일을 병행하면서 하다보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 다닐 때는 레포트 쓸 때 학교 도서관 가서 참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는 사회복지학과 관련된 책이 없어서 레포트 쓸 때 애를 먹었다. 그래도 대학 다닐 때만큼 조별과제 같은 것들이 없어서 감정적인 소모는 덜 했다. 학교 다니는 것보다 수월 했지만, 그게 마냥 쉽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대학교때만큼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진정 원해서 한 게 아니라 부모님이 권유 해서 한 일이였기에. 그렇다고 부모님 탓을 할 수 없었다. 선택은 내가 한 것이니까.
남들은 2년이면 끝난다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학점을 다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실습이 계속 미뤄졌다. 얼른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이였는데 계획 해둔 일들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아 스트레스 받았다.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포기하고 싶었고, 이걸 하라고 한 부모님을 원망하고 싶었다.
아빠는 계속 "사회복지사 어떻게 되어가고 있냐."라고 물어봤다. 그럴 때마다 "실습이 1년에 딱 두번이래. 9월에 할 수 있을거야."라고 말했다. 나는 아빠가 걱정돼서 묻는 그 말조차도 스트레스였다. 원래라면 작년 9월에 실습하고 올해 1월이 되면 학위 취득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 실습 일정이 나오지 않아 올해 3월로 미뤄졌다. 그러다가 3월에도 일정이 없어서 "하, 이쯤 되면 내가 찾아보는 게 빠를 것 같은데, 근데 학점 신청은? 학점을 이수하고, 실습 해야 되잖아."라는 생각에 골치 아팠다. 편하게 하려고 학점은행제를 이용한 건데 그게 나를 더 스트레스 받게 했다.
결국엔 올해 9월까지 또 미뤄졌다. 아빠한테 상황을 설명했다. "아빠, 실습이 이런 저런 이유로 또 미뤄졌어. 하, 사회복지사 따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야?"라고 말했다. 아빠 역시 "그래, 뭐가 그리 맨날 미뤄지노."라고 말했다.
지금은 실습 일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고, 이것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실습이 미뤄지는 그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 했다. 지금은 그저 이 사회복지사 실습을 끝내고 얼른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