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아서 서글픈 순간
지난 5월, 모임에 나갔다가, 어떤 분과 대화하게 됐다.
나에게 나이를 묻고,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봤다.
"혹시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묻길래,
“아, 전 직장인은 아니에요. 프리랜서예요."
그런데 그분이 눈이 동그래지면서 되물었다.
"프리랜서면 크리에이터 같은 건가요? 유튜버? 아니면 인플루언서?"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아, 프리랜서라고 하면 크리에이터가 떠오르세요? 프리랜서 범위가 넓은데요?" 하면서 웃었다.
“아, 제가 프리랜서를 잘 몰라서요.."라고 이야기하시길래 "전 글 쓰는 사람이기도 하고, 유아, 초등학생 가르쳐요."라고 말했다.
내 직업이 부끄럽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어디까지 솔직해야 하는지 참 망설여졌다. 프리랜서인데 애들 가르친다 하면 교사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보니 어떤 때는 설명하기 조차도 귀찮아서 "아 그냥 과외해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속으로는 '애초에 유치원 교사던, 초등 교사던 프리랜서라고 말하진 않겠지.. 안 그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을 뿐이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 것이 서글퍼졌다. 퇴사한 백수도 아닌, 프리터족일 뿐인데. 세상은 나에게 '잘 살고 있다'라고 말하는 수많은 기준들을 들이대고, 나는 그 기준에 맞춰 애써 미소 짓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안 해보고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해보고 나랑 맞지 않아서 포기 한 건데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했다. 도전해보지 않고 포기부터 한다고.
그럴 때면 "네가 내 인생에 대해 뭘 알아?"라며 맞받아치고 싶었지만, 그런 말 하는 것조차도 귀찮았다. 그냥 적당히 웃으며 괜찮은 척했다.
사실, 불규칙한 수입 때문에 몇 번이고 흔들렸다. 사람들 앞에서 돈이 없는 것을 티 내기 싫었다. 돈은 곧 자존심이었고, 그럴 때면 매번 적당한 변명 거리를 생각해 냈다.
"하하, 글을 쓰기도 하는데요. 며칠 전에 공모전에 글 냈었어요. 결과는 아직 안 나왔어요."라며 자연스럽게 화제 전환을 하며 웃었다.
"꼭 당선되시면 좋겠네요. 진심으로요."라고 말하셨다. 그 말이 예의상 하는 말인지 진심으로 하는 말 인지 몰라도 그저 그 말 한마디가 고마웠다.
결국엔 공모전에 떨어졌지만, 나는 떨어진 것에 대해 애써 말하지 않았다. '잘 살고 있는 척'은 때로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막이 되기도 하니까. 사람들한테 굳이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싶진 않다.
사람들 앞에서 괜찮은 척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내 모습은 지쳐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고 있는 척'하며 버텨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홀로 눈물짓고, 애써 웃으며 '오늘 하루도 버텨보자.'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그런 하루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나만의 속도로 이 길을 걷는다. 때로는 버겁고 서글퍼도, 이 솔직한 감정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언젠가는 '척'하지 않아도 온전히 나답게 설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가끔은 버거운 '척'을 하고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잘 해내고 있으니. 그러니 가끔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 자신에게 속삭여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