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 보면 자주 체하는 증상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런 분들은 언제 체했는지 모르겠다, 왜 체했는지 모르겠다며 괴로움을 호소한다. 체하는 증상이 자주 반복되기 때문에 그 이유와 시기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급히 먹는 식습관을 가졌거나 위장에 자극을 주는 기름진 음식이나 탄산이 다량 함유된 식품을 즐기는 사람에서 주로 나타난다. 또 차가운 음식을 좋아하거나 편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주 식사를 하는 사람, 불규칙한 식사 습관을 가진 사람에서도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자주 체하는 이유
동의보감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체증(滯症) 및 식체(食滯)로 규정하고, 다양한 증상과 함께 자주 체하는 이유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소개하는 체증의 임상적 증상들을 살펴보면 복부 팽만감이나 명치 통증, 배변 이상 등의 만성 소화불량의 대표적 증상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특히 피로감이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기혈 순환의 이상과 위장 장애의 연관성에 대해 논하는 대목에서는 기능성 위장 장애의 전형적인 소견과 대부분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능성 위장 장애는 위장에 직접적인 손상이나 기저 질환이 발견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위장 장애가 발현되는 증상을 가리키며, 내시경 검사나 복부초음파 같은 내과 검진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식적과 담적
지난해 필자가 발표한 경희대학교 석사 논문 <담적의 개념 정립을 위한 문헌적 고찰>에 따르면 식적과 담적에 관련된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식적은 과식이나 편식 등의 부적절한 식습관 또는 비위가 허약한 상태로 인해 수곡이 소화되지 않거나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쌓여 있는 병리적 상태이다.
동의보감을 포함한 다수 문헌에서 식적과 담적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고 담적의 형성에 있어 식적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담적의 덩어리를 치료함에 식적도 능히 소모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한의원에서는 담적을 없애는 처방을 통해 자주 체하는 증상을 개선해 드리고 있다.
자주 체하는 증상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자주 체하는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담적이 쌓이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해 보자. 하루 세 번 식사를 기본 원칙으로 하고, 아침은 오전 7~8시, 점심은 12시, 저녁은 오후 6~7시 정도에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식사량은 너무 많거나 적지 않게, 살짝 배를 덜 채운 듯한 정도가 바람직하다. 식사 시간도 한 끼 20분 이상으로 충분히 갖고, 음식을 입안에 넣은 후 20~30회 정도 천천히 잘게 씹고 삼키도록 하자.
식사 사이에 하는 간식이나 밤늦게 하는 야식은 삼가는 것이 좋다. 현대인들은 야식이 습관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자주 체하는 분들은 밤에 먹는 야식만 조절해도 어느 정도 급체를 예방할 수 있다. 너무 배가 고프다면 물이나 차를 조금 마시는 선에서 끝내고 부득이하게 먹어야 할 일이 있다면 최대한 적게 드실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식사 후 가벼운 산책을 권한다. 이때 식사 후는 식사 직후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식사 직후 소화를 위해 또는 적은 시간이라도 운동을 하기 위해 산책을 하곤 한다. 하지만 식사 후 바로 하는 산책은 혈류를 소화기관이 아닌 팔다리로 분산시켜 소화를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산책은 20~30분 정도 소화를 시킨 다음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으로 자주 체하는 이유와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가장 힘 있는 치료는 누구나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