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상상하고 싸돌아다니길 좋아해서 많이 혼나고 혼난 만큼 더 많이 돌아다녔다 그래 봐야 산과 들이지만 초행길도 무섭지 않고 가보지 않은 곳 비포장길로 다니는 게 좋았었다. 나만 아는 비밀이 생긴 것 같았고 친구들은 크게 궁금하진 않았지만 나는 주절이 얘기해주었다.
글 쓰고 메모하기도 좋아했던 나는 문구사에서 늘 새 노트와 다이어리를 샀다. 다녀온 곳도 설명하고 지도도 그렸지만 꾸준하지 못했고 한참 지나 쓴 글을 볼 때면 노트를 통째로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노트를 아직 갖고 있다면 볼 때마다 오글거리겠지만 지금 내 얘기를 쓰고 있으니 그 노트들이 많이 아쉽다.
작년부터 온라인 속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배우고 해 보는 중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것들이 글쓰기가 짝꿍처럼 따라붙는다. 잘 쓰지는 못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던 내 글솜씨는 크게 감동을 주지도 않고 사진 한 장을 잘 설명하지도 못하니 답답했었다. 좋아하는 사찰 여행도 내 얘기는 없고 그냥 설명서였다. 이를 벗어나고 멋지게 쓰고 싶어 책도 사보고 다른 글도 읽고 참조하기 시작했다.
함양 지리산 서암정사
사찰여행을 좋아해서 사진 한 장에 이끌려서 갈 때도 있고 시대적 배경으로 원효와 의상의 길 따라 또는 모시는 부처님 시리즈로 사찰을 다녀오기도 한다. 함께 하는 이 가 있을 때도 있고 혼자 다녀오기도 하는데 이렇게 좋은 곳을 내 휴대전화 속 앨범으로 박제시키는 것 말고 좋은 글로 설명하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졌다.
여행지가 거창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부캐로 여행작가가 하고 싶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보는 풍경에 자주 매료되는 나는 그 느낌을 공유하면 여행작가라 생각된다. 일상을 벗어나 시공간을 옮겨 느끼는 감정을 전하고 싶어졌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쨍한 하늘, 몇 백 년 동안 그 자리에 있는 불상과 전각 이야기 내 눈에 보이는 감사한 것들에 이야기를 들어 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