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달력에 동그라미 치지 않아도 온 식구가 안다. 매월 첫 주말 울 엄마가 마누라가 새벽 명상 법회에 간다는 것을.. 그렇게 새벽을 달려 마음을 두고 가져온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인연이 참 재미난 게 마실 언니가 딸내미 아파서 다니기 시작한 사찰이 너무 좋다며 소개를 했다. 사찰은 전도보다는 대게 좋더라 하는 소개니까, 언니가 하는 말에 '그럼 다음 달에 같이 가봐요' 했던 게 엊그제 같다. 잠시 멈추면 뒤로 밀릴 것 같은 구불구불 산길을 달려 도착하는 산 중턱의 사찰은 올라가는 길에 당황스럽고 올라선 절마당 앞에 걸릴 것 없이 펼쳐진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사찰은 낮에나 다녀오지 해지고는 잘 가지 않는데 오후에 올라가서 스님과 얘기하다 보니 어슴프레 어두워지더니 이야기가 밤까지 이어졌다. 스님 거하시는 곳이 군불 때던 오래된 옛날 흙집이었는데 아직도 그때가 참 좋은 기억이다. 처음 방문한 보살들 이야기 다 들어주시고 각자마다 맞는 기도를 알려주시며 매달나와서 기도 하라고 하셨다. 영업전략인가 생각했는데 개개인 기도가 딱 맞았고 그렇게 시작한 기도와 명상 법회는 수년째 계속 이어오고 있다.
포행을 하시는 분도 있고 아들을 위해 한 시간 동안 절을 하고 다라니를 외는 언니도 있었는데 나는 3년을 용왕당에서 기도를 했다. 나는 왜 용왕당인지 어떤 의미인지 한 번도 물은 적이 없다. 기도 하면 좋다고 하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작한 기도가 3년을 채우고 다음엔 1시간 동안 명상하는 기도를 알려주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기도하면서 힘든 시간을 많이 이겨냈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일도 아닌 것일 수 있지만 내 인생너무 많은 힘든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였다.
새벽에 명상 기도를 하면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법당에 앉아 기도 전에 한 달 동안 어떤 생각을며 살았는지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찰나에 느낀 감정들을 복기한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을 비우고 감정을 추스르고 새로운 한 달을 계획하고 에너지를 가득 채운다. 마음을 고요히 한 다음 본격 명상을 한다. 온갖 생각들이 올라오다가 어느 한지점에서 깊이 들어가 에너지를 가득 채운다.
명상 법회가 끝나면 올라올 때 마음은 두고 새 마음으로 장착하게 된다. 고요하고 뭐든지 담을 수 있는 마음이다. 한 달짜리인 건지 열심히 살다가 한 달 뒤에 또 비우고 닦아서 또 내려오기를 반복하다 보니 비우고 닦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 늘 담을 수 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이 된다.
많이 모자란 사람이라서 한 달에 한 번은 리셋해야 하지만 가고 오는 길 가서 앉아있는 동안 거기 두었던 내 마음 바꿔오니 가는 시간이 또 기다려진다. 매번 바뀌는 새벽하늘, 명상중 떠오르는 생각들, 내 물음에 어떤 해답을 주실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