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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심 Apr 18. 2022

온 우주가 내게 봄나물을 보내왔다

사고 싶었는데 딱하고 내어 준다

저녁 내내 나물 다듬고 데치고 생으로 먹는 쌈채소는 치여서 물러지지 않게 소분을 한다. 찬물 가득 받으며 문득 '그래 내가 마트에서 사려고 만지작 거리던 봄나물인데...' 고스란히 지금 내 주방에 들어와 씻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면 꼭 온 우주가 내게 보내온 것 같아 쑥, 머위, 엉겅퀴, 치커리, 원추리 봄나물을 말이다. 내가 먹고 싶다는 마음을 내었더니 말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친구는 늘 공교롭게 그렇게 된 거라고 말하고 나는 아니라고 얘기한다. 아침에 친정에 들리고 인사하고 낮엔 시댁에 들리고 사심 없이 마음을 내었더니 돌아 돌아 내가 원하던 것을 탁 하고 내어 주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설마 했지만 자주 경험하다 보면 늘 모든 상황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



봄나물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도 내가 배우고 알아차려야 하고 도움 줘야 하는 사람이 내게 온다. 과거 인연으로 오기도 하지만 찰나 스치는 사람에게서 풍기는 자세, 말투, 생각을 배우는 것이다. 저런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다짐도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체득한다.


내 주위에 보이고 가까이 있는 것들 모두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우주의 질서 속에 내가 지금 격고 지나가야 하는 상황 속에 원하는 것들과 배워야 하는 것들이 인연으로 만나고 보이고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다. 


온라인이라고 해서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글에서 감정을 느끼고 사진으로 함께 나누고 있는 동안 알고리즘에 의해 내게 보이는 글과 사람들이 너무 의미심장하게 시의 적절하게 다가올 때면 허 웃음이 날 때도 있다.  




오늘 우주는 내가 봄나물을 원한다 했고 딸, 며느리 코스프레하는 동안 내가 원했던 봄 쑥부터 두릅까지 봄나물 파티를 열어준다. 쑥 하나에 뭘 이렇게나 할 수도 있지만 기꺼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인사한다. 양가 어른 들게도 우주에게도 감사해요 행복해요 근데 너무 많이 주셨어요. 마음을 내면 아낌없이 주시니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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