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는 수영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by 몰라몰라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그냥 영화 보고 카페 다니는 거 좋아해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더 이상의 고민도 없이 당당하게 "수영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근데, 좀 진심이에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제는 그저 취미라고 말하기엔,

어쩌면 내 본업보다 더 애정을 갖고 있으니까.


퇴근을 하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날의 기분이 좋아서 기분이 좋지 않아서,

매일같이 수영장을 가는 낙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이 든다.


다시 눈을 뜨고 또다시 하루가 시작되고,

가끔은 회사가 정말이지 가기 싫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회사에 가는 게 아니다'

'나는 수영장을 가는 길이다 회사는 잠깐 들르는 거다'라고 말도 안 되는 세뇌를 하면서 출근가방에 수영가방을 한가득 챙겨 집 밖을 나선다.


어쩔 수 없이 회식이나 중요한 일정이 잡히면 시간을 쪼개고 퍼즐을 맞추듯 어떻게든 빈 공간을 만들어서 수영장을 다녀오고,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가야 하면 수영장부터 검색해 보고, 도저히 안되면 수영장 가려고 그 귀한 반차를 쓰고

하루하도 물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취미라고 말하기엔 심각하게 미쳐있는

중증상태의 수영인이다.


이런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매일 하냐고 대단하다고 멋있다고 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너도 진짜 지겹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그 정도면 병이라고 뭐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제 퇴사하고 수영업계로 전향할 거냐고 진지하게 되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재밌잖아!"라고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버리는데


사실 이건 건강을 위한 것도,

진지하게 다이어트를 하기 위한 것도,

직업인이 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한 대로 매일매일 재밌고 신나는 일도 아니지만,


나는 그냥 물이 너무 좋은걸.

굳이 또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할까?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내가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답을 찾아봐야 하나 종종 의문이 들지만,

지금까지 내가 찾은 답은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