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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성 Dec 20. 2022

결혼정보업체의 조언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

중년에 결혼을 못하는 이유가 그것은 아닙니다

유튜브 유료 구독자여서 그런지 유튜브 인공지능은 이것 저것 내가 궁금해할만한 컨텐츠를 상위로 띄워주곤 하는데 오늘은 결혼정보업체 커플매니저들의 영상들이 줄줄이 엮여 올라왔다. 놀란 것은 생각보다 커플매니저들이 개설한 채널이 많다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결혼정보업체에서 채널을 개설한 듯하고 왠만큼 잘 나가는 커플 매니저들은 다 채널을 진행하는듯 해보였다.   


근데 눈에 띄는 영상들을 보고 느낀 것은 결혼정보업체를 통한 결혼이 정말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보다 쉽게 결혼할려고 가입하는 것일텐데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특히 중년 여성들에게는 거의 가능성이 희박한 수준이라고 거의 대놓고 말하고 있었다. 물론 이같은 사정은 내가 40대 중반이었을때 이미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도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 않은듯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결혼정보업체내 중년 남녀의 미스 매칭현상이다. 40세 이상의 중년 여성의 경우 왠만한 스펙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혼정보회사에서 회원으로 받아주지도 않기에 가입하는 여성들의 스펙이 모두 좋다. 한마디로 나이 빼고는 여건이 좋은 여성들인데 문제는 이들과 매칭할 남성들이 숫자적으로도 너무 적고 스펙 좋은 남성 중년들은 그 중년 여성에게 없는 ‘나이’를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표상하는 것은 사실 외모와 출산능력이다. 커플 매니저들은 그래서 한결같이 중년 여성들에게 재혼 남성을 고려할 것, 눈을 현실적으로 조정할 것, 그리고 거기에 더해 한 살이라도 어려보이도록 외모를 열심히 가꿀 것을 한결같이 조언하고 있었다. 특히 내면을 더 가꾸라거나, 공부를 더 하여 정신적 자산을 더 쌓으라고 하거나, 아니면 재테크를 하여 자산을 더 쌓으라는 식도 아니고 오직 외모 가꾸기와 눈 낮추기가 조언의 핵심이었다.   

   

정말 그런가? 중년 여성들이 이런 소리나 들으려고 피땀 흘려 번 비싼 돈 주고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는게 아닐텐데 정말 짜증나게도 현실은 내내 ‘외모지상주의’ 사회 속에서 열등자로 전락한 나이 든 여성의 현실을 직시하라고 채근하는 듯한 것이다. 이러니 여성들이 점점 결혼을 포기하고 혼자서 잘 사는 길을 모색하거나, 외로운 여성끼리 모여 잘 사는 방법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 정도 자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자본주의사회를 사는 현대인의 미덕이라고 치더라도 사실 자기 관리를 아무리 한다고 해도 중년 외모가 청춘의 외모가 될 수도 없고, 사실 아무리 가꾸고 시술을 해도 나이 든 사람은 그냥 나이 든 사람으로 보인다. 그래서 커플 매니저들의 훈계가 사실 별 소용도 없으면서 괜히 스스로의 자존감만 쭈그러트리는 결과가 되고 만다. 아무리 중년 여성들이 관리를 해도 그녀들이 만나야 하는 중년 남성들에게는 외모 차원에서는 그닥 어필이 안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외모를 가꾸라는 식의 조언엔 동의할수 없다. 한마디로 이런 조언들은 그냥 무시하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이런 말 안들어도 중년들 대부분 자기 관리에 너무 집착하고 있어 가뜩이나 스트레스인데 굳이 외모를 각성시키는 이런 말을 들을 필요도 없다.   

    

또한 결혼정보업체에 문을 두드린 남성들의 케이스가 전체 싱글 남성들에게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이라는데도 동의할 수 없다. 즉 결혼정보업체 가입 남성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모든 중년 남성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보기 어렵다. 일단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는 남성들은 지극히 소수이지 않은가?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스펙(외모 포함)을 적당한 가격에 사고 파는듯한 이런 형식의 짝짓기 보다는 자연스레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는, 순수한 만남을 더 원하기 마련인데 굳이 결혼정보업체에 문을 두드린 사람들의 가치관이 모두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엔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사실 여성들도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는게 그리 선호될 일일 것 같지 않다. 이거라도 해보자 하는 식으로 하는게 아닐지....

     

해서 나는 다른 차원의 조언을 해주고 싶다.     

결혼을 왜 하려고 하는가? 혼자 사는 것보다 둘이 사는게 더 나을 것이라 기대하니까 하려고 하는게 아닌가? 먹고 사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결혼하는 시대나, 남들 다 하니까 나도 어쩔수 없이 통과의례격으로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이제 보다 나은 삶의 질, 보다 나은 행복을 위해 결혼을 결심하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 결혼이 필요한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혼자만이 아닌 둘이어야 가질 수 있는, 그 찐한 행복을 위해서 자신은 지금 ‘둘이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할 가능성이 높겠지만 그 좋은 사람은 이미 싱글로 남아있지도 않고 희귀해서 현실적으로 만날 가능성이 높지 않을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러는 나 자신 부터가 누구에게 좋은 사람이냐는 것이다. 그 질문에 얼마나 떳떳할 수 있는가 솔직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평범한 우리는 부족한 너와 내가 만나 그 부족함을 안쓰러워 하고 참아주기도 하며, 때론 그 부족함을 메꿔주며 사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결혼의 가장 큰 미덕이다. 나 혼자만의 삶으로는 누릴 수 없는 ‘좋은 관계(좋은 사람이 아닌)’가 주는 행복, 그것이 오랜 동안 내려온 행복의 길이기 때문에 우리는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보살피려는 자세와 일상의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 삶의 목적이 결국 ‘행복한 삶의 추구’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와 이후 수많은 철학자들, 사회학자들, 심리학자들의 사상과 이론을 굳이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누구나가 행복하고 싶어한다는 것은 모두 다 안다. 아니 행복하지 않으면 잘 살수 없기 때문에 행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행복이라는 것이 주로 ‘좋은 관계의 미덕’에서 나오므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나 자신의 준비가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정녕 둘이 같이 행복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나?’ 둘이 되면 자연히 행복해지는게 절대 아니므로 둘의 관계가 행복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가를 먼저 알라고 조언하고 싶다. 우리 남편도 나랑 살면 행복하게 살 것 같아서 결혼했다고 말하곤 한다.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어 결혼을 하고 싶었노라고..., 남편에게 있어 아내 될 사람의 외모는 전혀 고려 조건이 아니었다. 같이 있어 편안하고 즐거운 사람이 중요하지 중년 나이에 뭐 그렇게 섹슈얼리티가 중요하냐고 말하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행복한 사람은 자체가 아름답고 그 행복은 전염된다. 모두가 바라는 괜찮은 중년 남성들은 우리 남편처럼 행복하기 위해 배우자를 찾는게 아닐까? 이미 늦기도 해서 귀찮기도 하고, 누구는 한번 다녀와서 더 망설여질법한 결혼을 굳이 강행하려고 하는 중년 남성이라면 분명 그들도 ‘행복해지고 싶어서’ 결혼하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이 사람이 내게 행복을 줄수 있는가? 같이 있으면 행복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판단하는 것이지 외모가 맘에 안들어서 매칭이 안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중년의 결혼 조건은 둘이서 함께 행복할 자질이 있는가의 여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노력해야 할 것은 외모 관리가 아니라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한 발짝을 띌수 있는 자세와 품성을 가지도록 성찰하고 실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오랜 동안 결혼은 문제가 없지 많지만 가장 확실하고 이상적인, 최고의 이성적 조직체로 군림해 왔다. 중년에도 결혼이 권장되는 이유가 이것이다. 나는 중년결혼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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