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란 작은 일의 누적(累積)이다.
…
"왜 같이 가자는 건지 모르겠어.."
시큰둥하게 조지는 말했다.
"당신이 뭘 위해서 수고했는지 보여주고 싶어."
에린은 조지의 수고가 이렇게 위대한 일을
이뤄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
1990년대 초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두 번의 이혼으로 세명의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특이한 건 포기할 만도 한 팍팍한 삶을 사는 에린이지만
삼 남매를 키우기 위해 무슨 일이든 악착같이 해내는 여인이었다는 것이다.
늘 그랬듯.. 구직에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녀는 직진 신호를 받아 사거리를 건너다 사고를 당한다.
배상금을 두둑이 받아주겠다는 변호사 에드를 만나 손해배상 소송을 내지만 여지없이 패소한다.
블랙박스가 없었던 시절이니 사고 당사자들이 재판까지 해야 하는 시대였다.
신호를 지켰다는 브로코비치의 말을 배심원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슴이 절반은 드러나는 옷차림으로 상대방 변호사를 향해 욕설이나 날리는 에린에 비해,
가해자는 자신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인데 신호를 어기고 운전할 리 없지 않으냐고 했다.
에린은 변호사에게 패소한 대신 변호가 에드에게 일자리를 내놓으라고 했다.
두 차례 이혼으로 남겨진 아이 셋을 혼자 기르는 그녀는 생활비에 쪼들렸다.
교통사고 소송에서 패소하기는 했지만 재판에 특별히 나쁜 감정도, 기대도 없었다.
이렇게 에린은 뜻밖의 법조계 생활을 시작한다.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임시 아르바이트자리였지만 말이다.
그녀에게 주어진 일은 처음에는 간단한 서류 정리였다.
늘 일상의 업무로 서류정리 중 PG&E사의 의료기록들이 부동산 서류에 함께 있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해당 지역의 힝클리 주민들을 찾아 나선다.
PG&E회사가 주민들의 의료비를 대고 있었고
주민들은 PG&E회사가 선의로 자신들을 돕는다고 생각하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무료로 의료비를 대준다는 사실이 석연치 않게 생각한 에린은
치밀하게 조사를 벌인 끝에 이 회사가 부식방지제로 쓰던 '6가 크롬'이 지하수를 오염시킨 증거를 찾게 된다.
만성 두통과 잦은 코피를 시작으로 호흡기와 간 질환을 유발하고,
뼈를 무르게 하며 불임과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에린은 주민 한 사람씩 설득한 끝에 원고 634명을 모아 집단소송을 시작한다.
그리고 소 제기 4년째인 1996년 PG&E에서 합의금 3억 3300만 달러(약 3717억 원)를 받아낸다.
...
에린의 남자친구 조지..
캘리포니아를 오토바이로 횡단하며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살던 그였다.
어느 날 저녁 자신의 오토바이를 점검하다 시끄럽다는 에린의 외침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아이들의 보모역할을 자처하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소송이 깊어질수록 에린은 집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아이들의 양육은 오로지 조지에게만 집중이 된다.
약 1년의 시간이 지난 후 조지는 지치고 만다.
에린에게 자신이 무엇인지 되묻게 되고..
그동안 남편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던 에린은
소송의 중심이 되어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이 상황이 만족스러워
그 정도도 못해주냐고 오히려 화를 낸다.
"그럼... 월급도 많이 올랐으니.. 나 말고 다른 보모를 구해.." 조지는 떠난다.
조지와의 이별 후 에린의 모든 생활은 엉키게 된다.
회사에서는 정직원으로 고용이 되고 보너스에 차량까지 지원받게 되지만..
그런 것들로는 지금 에린의 삶은 채워지지 않았다.
어느 날부터 조지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건은 점점 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많은 자료들이
필요하게 되고 결국 에린은 조지에게 연락하고 그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정말.. 미안해 조지.."
그녀는 힘들게 말을 꺼냈고..
"애들은 뭐 좀 먹었어?"
조지는 일상적인 대화로 용서를 표현했다.
...
시간이 흐른 후 법원의 판결이 나왔고 에린은 조지에게 운전을 부탁한다.
...
"왜 같이 가자는 건지 모르겠어.."
시큰둥하게 조지는 말했다.
"당신이 뭘 위해서 수고했는지 보여주고 싶어."
에린은 조지의 수고가 이렇게 위대한 일을
이뤄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소송을 시작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된 집에서
확정된 배상금을 알려주고 이 긴 싸움의 종결을 선포하는 순간..
에린을 안고 펑펑 우는 고객을 보며 조지는 아이들을 돌봤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에린브로코비치_2000-
큰 일은 작은 일들의 누적으로 이루어진다.
세상에 헛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