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아버지 기일즈음에...
아버지..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할머니랑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시지요?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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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랑
장기도 두고 싶고..
아버지가
가끔 비 오는 날 신김치에 굵은 멸치 넣고
자작하게 끓여주시던 국수도 먹고 싶고..
일전에 서울 가신다고 했을 때
형님이 맛난 거 사드시라고 한 손에 300원 꼭 쥐워드렸더니
무거워서 못 가져간다고 떨어뜨리셨더랬죠..
아버지의 재치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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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어린 시절 만들어주셨던 썰매, 연, 장난감칼들도 그립고...
어머니랑 상의 없이 사 오셨던 14인치 칼라 TV가 집에 들어오던 날도 생각이 나네요.
당황하신 어머니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아버지는 "딸이 갖고 싶다는데 이것도 못해줘!"라며 당당하셨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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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당신 몸도 스스로 건사 못하시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고..
사람 사는 모습이 다그런거지 뭐...라고
가족들이 마음을 다잡고
형제(兄弟)가 잘 다니던 직장(職場)을 그만두고
카센터 사업하시는 동네형님의 도움으로
카센터 구석에 세차장을 꾸미고
형제가 하루 열대 간신히 세차하면서 번돈으로
가정을 지키며 아버지를 모셨었는데...
더 이상 여건이 되지 않아..
아버지를 요양원(療養院)에 모시던 날..
막둥이는 밤새 울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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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精神)이 더 흐려지시고 콩팥도 안 좋아 투석(透析)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전문가가 아닌 우리 가족들은 오히려 아버지를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상황이 되었었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선택이지요..
정말 죄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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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석혈관을 하나 더 삽입해야 해서 형님과 충대병원에 모셨다가
시술을 잘 끝내고 나올 때 모처럼 정신이 맑아지신 아버지가 치킨이 잡숩고 싶다 하셔서
지금은 없어진 충대병원 정문 앞 롯데리아에서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해서 치킨 몇 조각 사서
차에서 한 조각씩 나눠 먹기도 했지요.
그게 우리 삼부자의 마지막 만찬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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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계신 분들은 거의가 머리를 다 삭발하셨는데
저흰 그게 싫어서 아버지를 업고 미용실에 모셔서 머리정리를 했었지요.
아버지는 가시는 날까지 미남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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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신혼 초에 남편들이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음에도
아버지의 며느리들은 군말 없이 결정에 따라줬었어요.
며느리들 장하죠?
이거 꼭 기억하셔서 나중에 칭찬 해주셔야해요!
특히 형수님은 그 좋던 신혼집을 떠나 낯선 이곳에서
시어머니와 같이 살게 되는 상황임에도 그러셨어요.
대단하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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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금은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그런 추억(追憶) 만들어주면서..
잘.. 은모르겠지만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없는 데로 즐겁게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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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제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계시면서 우리들 지켜봐 주세요.
생명을 주시고 잘 키워주셔서 이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즐겁게 살 수 있게 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많이 사랑합니다.
P.S : 아버지! 내년기일에는 아버지가 빚으시던 산막 막걸리로 상에 올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