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_대학생 시절 버킷리스트
"20대 안에 내 아파트에 살고싶다."
대학생 시절 종종 하던 생각이었고, 올해 8월 16일 그러니까 지난주부터 나 혼자 새 아파트에 입주해 살게 되었다. 나에게는 대단한 능력은 없다.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도 아니며 금수저는 더더욱 아니다. 지방의 대학교를 나왔고 계약직을 하다가 현재는 중견기업에서 일한지 1년이 좀 지났다. 물론 수도권이었다면 어림없긴 했겠지만, 여기 지방에서는 내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아, 물론 내 집은 아니고 전셋집이다.
나는 목표가 생기면 스스로 각인하기 위해 늘 기록을 해두고, 주변에 말하고 다닌다. 이 방법으로 지금까지 목표를 이뤄왔고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혼자 아파트로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한 작년부터는 2023년도의 목표를 독립으로 잡았고, 친구, 회사 동기, 팀장님, 가족, 친척들에게 그 결심을 지속적으로 공유했다. 이렇게 하면 목표 달성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어 선택과 결정에도 더 많은 도움이 된다.
동기 1: "혼자 사는데 너무 큰돈 쓰는거 아니야? 가전도 다 사야하고.. 그냥 원룸 살지.."
동기 2: "지금은 매매를 해야지, 전세는 큰돈 묶이는건데 아깝게~"
친구 1: "멋져! 최근에 엄마 매매 계약하는거 따라가 봤는데 무슨 서류가 진짜 많더라, 미리 전세 계약 해보면
좋은 경험될 거 같애!"
선임님: "그냥 부모님 집에 살아라, 나와 살면 돈만 쓰고 개고생이다."
팀장님: "독립 좋지~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 살아보면 보고 경험하는 게 바뀌고 안목이 바뀔거야."
이모 1: "경정이가 보고 느끼는 게 다를테니 충분히 그 투자 비용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왕이면
새 아파트에 살아봐. 네가 걱정하는 가전 비용도 막상 그때 되면 어떻게든 되고 도움받을 수도 있을걸?"
선임님의 말처럼 그냥 부모님 집에 살면서 돈을 모아도 되지만, 내가 독립이 꼭 하고 싶었던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혼자만의 생각할 시간이 생긴다. 본가에 살다보면 가족들과 대화하거나 누워서 그저 휴대폰만 만지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조용하게 혼자 있다 보면 사색에 빠지고 이것저것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게 된다. 그게 내가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둘째, 자산에 나름의 여유가 생기니 안주하게 되었고 소비가 늘어났다. 늘어난 소비를 줄이기는 어려웠고, 스스로 빠듯한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이 환경이 자극제가 되어서 더 열심히 모으든 혹은 벌 수 있도록 말이다.
셋째, 20평대 아파트에 4인 가족이 살다보니 불편했다. 화장실이 1개라 출근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방도 아주 좁아서 무얼 하려 하면 부딪치기 일쑤였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편하게 살고 싶었다. 나를 좋은 환경에 넣어서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되게 하고 싶었고, 앞으로도 점점 더 좋은 곳에 살고싶은 욕구가 있었다. 더해서 나만의 공간에서 내 생활습관에 맞춰 독립적인 공간을 꾸미며 내 취향을 알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동기 2의 이야기처럼 매매도 생각했었지만 하지 못한 2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배경지식과 주관없이 덜컥 매매를 했다가 아파트값이 떨어졌을 때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두 번째는, 역시 금전적인 문제다. 당시 총자산을 7,000만 원 가지고 있었는데, 예를 들어 매매가가 3억이라면 대출을 하더라도 20% 정도인 6,000만 원을 내가 부담해야 하고 그 외에도 지출될 돈이 꽤 많을테니 여유자금이 없어지는 그 상황이 부담스러웠다. 매매는 적어도 내가 1억 5,000만 원 정도 가졌을 때 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이 글에서는 '아파트 전세 독립' 결심 후로 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판 경험과 몇 가지 팁들, 그리고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접했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해본 적 없는 친구들에게 간접 경험을 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아파트 전세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에게는 직접적인 많은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