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에게로

by 옆길

아침 햇살이 침대 위에 낮게 깔리고 의자 위에 앉은 나는 조명을 지지 삼아 오랜만에 글을 적어본다.


내 삶에 큰 변화가 몇 가지 생기고 글을 쓰지 않은 지 2개월이 지난 듯했다. 시간은 붙잡을 수 없이 빠르게 나를 집어삼키듯 흘러갔고 나는 그 시간에 애원하듯 조금만 늦게 가달라는 작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글을 다시 적는다는 건 심경이 다시 한번 복잡해졌다는 뜻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을까? 생각해 보니 내가 혼자 있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일기장과 같았고, 나의 작디작은 마음들을 남길 수 있었던 이 글들이 함께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적었던 글들을 돌이켜보면 그때 적었던 나의 생각들과 마음들은 현재의 나를 지긋이 어루만져주며 위로를 건네고는 했다. 그러니 미래의 나에게 지금의 글도 위로가 되길 바라며 다시 한번 글을 적어본다.


삶에 큰 변화란 의도치 않은 충돌 사고를 일으키기도 하고 새로운 행복과 경험을 만들게 해주기도 한다. 우선 일본에 있는 기간들이 길어지면서 격주로 한국과 일본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다소 몸이 거부하는 듯했다. 익숙해졌나? 싶던 내 생각은 그저 희망 사항이었고 몸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에게 쉼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여행으로 가는 이른 아침 비행기는 새벽 공항의 차가운 공기 냄새와 나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 여행지의 설렘이 공존했다면 일본에 가는 그 전 주의 주말에는 ‘내일 또 아침 5시에 일어나야 하네... 더 자고 싶다’라는 불평과 ‘몸이 힘들다’라는 생각이 앞서 들기 시작했다. 30살이라는 나이 때문인가?라는 변명도 같이 곁들이고 싶다. 그렇다고 경기도에서 판교로 출퇴근하던 길이 일본의 출퇴근 길보다 나를 덜 암울하게 만들었던 건 아니라는 건 비밀이다.


추가로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길게 가지고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니 예상보다 내 감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 당연히 좋은 점도 많았지만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들도 늘어났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왔던 사람과 맞춰간다는 게 어렵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혼자 있을 때는 ‘나’에게만 초점이 맞춰졌던 모든 생각들이 ‘우리’가 되면서 정리가 되지 않은 머리를 붙잡고 잠에 들다 보니 머리가 멍해지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래도 이 부분을 견고하게 맞추고 대화로 풀어나가다 보면 괜찮아질 거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다.


이 글을 쓰며 느끼는 건 주절주절 쓰는 이 모든 글의 초점과 내 솔직한 마음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다. 온전한 내 시간과 나의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시간, 길가에 핀 예쁜 꽃을 볼 수 있고 그 꽃을 찍을 수 있는 시간, 혼자 커피를 마시는 여유, 그 여유를 느끼며 읽는 책. 내가 나에게 주는 존중 말이다.


이번 주말에는 나에게 쉼이라는 작은 선물을 주어야겠다.

나를 사랑하는 쉼을 말이다.

일요일 연재
이전 20화해가 기울 무렵, 나는 서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