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길 아래에서

by 감정과다처리중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꽃보다 사람이 더 많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이 계절엔

한 번쯤 꽃길을 걸어줘야지


연인들이 손을 잡고 웃으며 걷는 걸 보니

문득, 내 스무 살 즈음이 떠올랐다


한창 예쁠 나이

뾰족구두 신고 발이 부르트는지도 모르고

벚꽃길을 걷던 그때

그저 함께 있는 게 설레던 시절...


그리고 20년 뒤

지금의 나는 운동화에 배낭을 메고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차림으로

벚꽃놀이에 나섰다


손만 스쳐도 떨리던 그 시절은 어디로 가고

이제 내 손엔 아이들의 손

주섬주섬 간식, 아이스크림 컵 까지

예쁜 구두도, 반짝이는 가방도

지금의 나에겐 다 사치다


아이들 놓칠까바 조마조마

우리 대화는 한 마디도 없었다


벚꽃을 보여주겠다며 끌고 나온 건

내 욕심이였을까


돌아오는 차 안은 말없이 고요했다

하루 종일 웃고 떠들다 지쳐 잠든 아이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그래, 지금의 나는

누군가의 설렘이 되어주던 여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책임지는 엄마구나


벚꽃은 여전히 예뻤다

그 시절도 그리웠지만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다시 그리워질 거란 걸


벚꽃은 여전히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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