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아버지와의 마지막 작별에 대한 기록은 사적인 내용인지라 쑥스러움 때문에 망설였다. 하지만 가슴 깊숙이 자리잡은 울분이 넘쳐 나왔다. 무엇을 위해서, 왜 쓰려고 하는지를 되물으며 그간의 살아온 나의 삶을 뒤돌아보았다. 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 소소하고 평범한 삶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의 투병이 시작되면서 일상의 균열이 시작되고 삶이 덜컥거리며 흔들렸다. 늙고 병든 아버지는 마치 궤도를 이탈하여 달리는 기차처럼 위태로웠다. 삶의 끝을 미리 알 수는 없었다. 아버지의 곁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고통의 끝을 마주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늘 일희일비했다. 노인 환자를 위한 치료와 회복, 그리고 돌봄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의료 시스템의 한계에 절망스러웠다.
상실의 아픔과 고통을 되새김질하는 과정은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후벼파는 것처럼 쓰리고 아렸다. 어두운 터널을 홀로 걷는 듯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혔다.
아버지를 돌보면서 어쩌면 나이 들어가는 나의 삶을 반추하게 되고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