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사탕이 무서운 날, 할로윈과 자본주의의 만남

미국에서 할로윈은 어떻게 ‘거대한 축제’가 되었을까?

by 슈퍼T

미국에서 할로윈은 어떻게 ‘거대한 축제’가 되었을까?

매년 10월이 다가오면 미국 전역은 거대한 영화 세트장처럼 변신합니다. 거리와 주택가 곳곳에는 커다란 호박 조명(잭 오 랜턴), 해골, 유령, 좀비 인형 등 온갖 공포와 환상의 장식물이 앞마당과 창문을 가득 메우고, 대형 마트와 소매점들은 할로윈 코스튬, 사탕, 각종 장식용품으로 가득 찹니다. 아이들은 분장을 하고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사탕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예요’라는 뜻을 가진 할로윈 놀이 문구)”을 외치며 동네를 누비고, 어른들은 할로윈 파티와 테마 이벤트에 적극 참여해 축제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의문을 품습니다. “왜 미국은 할로윈에 이렇게까지 열광할까?” 왜 단순한 유령과 귀신을 기념하는 민속행사가, 미국 사회에서 해마다 엄청난 규모의 문화 축제이자 경제 행사로 거듭난 것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할로윈의 역사적 뿌리, 미국 사회 구조와 변화, 그리고 현대 기업과 미디어가 할로윈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포장하고 확대해왔는지 단계별로 살펴봐야 합니다.


시작은 아일랜드 이민자의 작은 풍습에서

할로윈의 기원은 고대 켈트족의 축제인 사윈(Samhain)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윈은 매년 10월 31일에 죽은 자의 영혼이 이승으로 돌아온다고 믿으며, 이때 악령이나 유령들이 인간 세계에 출몰할 것이라 여겨 불을 밝히고 괴물 복장을 하여 악령을 쫓는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이 축제는 한 해 농사의 마감과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시기였으며, 생명과 죽음, 변화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신성한 행사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현대 미국의 할로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1845~1852년) 시기에 대규모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몰려들면서입니다. 대기근으로 인해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거나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극심한 고난 속에서도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이들이 미국에 가져온 전통적 사윈 축제는 이민자 공동체 내부에서 ‘귀신 축제’로서의 성격을 유지하며 자리 잡았습니다.

초기 미국 사회에서 이 축제는 주로 이민자들의 집단 내에서만 지켜졌으며, 외부 사회와는 다소 분리된 채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들어서면서 미국 사회는 빠르게 변화했고, 특히 공립학교와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교육과 문화 행사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할로윈 축제는 점차 종교적 색채가 희미해지고,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는 안전한 놀이 문화로 재탄생했습니다. 이민자들이 가져온 ‘사윈’ 축제는 미국식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놀이로 변모하면서, 어린이들이 이웃집을 돌며 사탕을 받는 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즉, 할로윈은 고대의 신비로운 풍습이 미국 사회의 다문화적 융합과 교육 시스템을 거치며, 오늘날 모두가 즐기는 대중적인 놀이 축제로 진화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변화 과정은 미국의 이민 역사, 사회 통합, 그리고 세대 간 문화 계승의 복합적 상호작용을 잘 보여줍니다.


‘트릭 오어 트릿’과 베이비붐 세대의 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50년대 미국은 경제 호황과 함께 베이비붐 세대라는 전례 없는 어린이 인구 증가를 경험했습니다. 이 시기는 ‘어린이 문화’와 ‘가족 중심 소비문화’가 사회 전반에 빠르게 확산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은 단순한 인구 통계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소비 패턴과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시기 할로윈 문화는 대중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유령, 마녀, 괴물 등으로 분장해 이웃집을 방문하며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사탕을 안 주면 장난칠 거야!”라고 외치는 놀이가 전국적으로 퍼졌습니다. 이 ‘트릭 오어 트릿’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행사이자 소비 문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축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대형 제과업체들은 이 변화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허쉬(Hershey’s), 마스(Mars), 네슬레(Nestlé)와 같은 글로벌 제과 기업들은 할로윈 시즌에 맞춘 전용 사탕과 초콜릿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했습니다. 포장 디자인과 광고 역시 할로윈 테마로 꾸며지며, 어린이와 가족을 겨냥한 마케팅이 본격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할로윈 시즌을 사탕과 즐거움이 넘치는 시기로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0월은 미국 전체 사탕 소비의 25% 이상이 집중되는 달이 되었고, 2022년 기준으로는 약 30억 달러(한화 약 4조 원) 규모의 사탕이 할로윈 시즌에 판매되었습니다. 이처럼 ‘트릭 오어 트릿’과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 그리고 대형 제과업체들의 전략적 마케팅이 결합하며 할로윈은 단순한 민속 축제를 넘어 미국 최대 규모의 소비 시즌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기업 마케팅과 미디어가 만든 상업적 축제

1980년대 이후 할로윈은 단순한 어린이 행사에서 벗어나, 성인과 가족 모두를 겨냥한 대규모 소비 축제로 급격히 진화했습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할로윈은 미국 사회에서 하나의 거대한 상업적 이벤트로 자리잡았고, 다양한 산업군이 이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의상 전문 체인점 ‘스피릿 할로윈(Spirit Halloween)’입니다. 스피릿 할로윈은 폐업한 매장 공간을 시즌 한정으로 임대해 팝업스토어 형태로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는데, 이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공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런 팝업스토어는 지역 사회 곳곳에 빠르게 확산되며 소비자들에게 할로윈 시즌에 필요한 의상과 소품을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을 제공했습니다.

한편, 월마트(Walmart), 타겟(Target), 코스트코(Costco)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9월 초부터 할로윈 전용 상품 코너를 설치하고, 다양한 할로윈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계절 감성’을 자극합니다. 이들은 사탕과 장식품, 의상뿐 아니라 할로윈 파티용 용품, 조명, 소품 등 전방위적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를 촉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테마파크 산업 역시 할로윈 시즌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매년 할로윈 기간을 맞아 ‘호러 나이트’ 또는 ‘스푸키 시즌’과 같은 테마로 공원을 전면 재단장하며, 한정판 이벤트와 스페셜 쇼, 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방문객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까지 끌어들이며, 테마파크의 막대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처럼 산업 전반의 참여와 소비 촉진 전략에 힘입어, 2021년 미국인들이 할로윈에 쓴 총 비용은 약 101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에 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소비 항목은 의상(약 33억 달러), 사탕(약 30억 달러), 그리고 장식품(약 28억 달러) 순이었으며, 이외에도 파티 용품, 이벤트 티켓, 외식 등의 지출도 상당한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할로윈은 단순한 민속 축제나 어린이 놀이를 넘어, 대중문화와 기업 마케팅, 미디어가 결합한 ‘초대형 상업 축제’로 진화한 셈입니다. 이 축제를 통해 미국 사회는 시즌별 소비 문화와 감성 마케팅의 절정을 경험하고 있으며, 할로윈은 그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문화·경제 현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대중문화가 만든 ‘할로윈의 이미지’

기업 마케팅과 상업적 전략만으로는 오늘날 미국에서 할로윈이 거대한 문화 축제로 자리잡은 배경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할로윈이 갖는 강력한 문화적 이미지와 대중적 인식을 구축하는 데는 대중매체, 특히 영화와 TV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1978년, 존 카펜터 감독의 공포 영화 《Halloween》은 할로윈을 공포와 긴장감이 결합된 상징적인 날로 각인시킨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할로윈=공포’라는 이미지를 대중의 무의식 속에 깊이 심어주었으며, 이후에도 수십 편의 슬래셔 호러 영화들이 매년 할로윈 시즌에 개봉함으로써 ‘10월은 무서운 영화의 달’이라는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맞춰 개봉하는 공포 영화들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며 할로윈을 더욱 극적인 축제로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한편, 공포 영화가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지는 못하기에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작품들도 할로윈 문화 형성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1993년 디즈니가 제작한 《Hocus Pocus》는 마녀와 마법을 소재로 한 코미디 가족 영화로, 이후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할로윈 시즌마다 재상영되며 전 세대에게 친숙한 할로윈의 ‘따뜻한’ 이미지 또한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할로윈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기 TV 시트콤과 애니메이션 프로그램들도 매년 할로윈 특집 에피소드를 방영하며 이 축제의 문화적 상징성을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예를 들어 《심슨 가족》, 《모던 패밀리》, 《프렌즈》 같은 작품들은 할로윈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에서 독특한 의상, 전통, 그리고 할로윈 특유의 유머와 공포 요소를 다뤄, 시청자들로 하여금 할로윈의 사회적 의미와 재미를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대중매체는 할로윈을 단순한 ‘유령의 날’이 아닌, ‘공포와 재미, 가족과 공동체의 축제’로 다면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할로윈은 기업 마케팅과 더불어 대중문화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낸 복합적인 문화 현상이자, 미국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든 연중 최대의 소비 및 축제 시즌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결론: 아이들은 사탕을, 어른들은 매출을 기다린다 — 할로윈의 두 얼굴

오늘날 할로윈은 단순한 유령과 귀신의 축제를 넘어, 막대한 산업과 문화가 결합한 ‘거대한 소비 시즌’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고대 켈트족의 사윈 축제에서 출발해,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작은 풍습으로 미국 땅에 전해졌던 할로윈은 이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제 이벤트로 성장했습니다. 아이들은 신나게 분장하고 이웃집을 돌며 사탕을 받는 순수한 놀이를 즐기지만, 그 이면에는 기업들이 벌이는 치밀한 마케팅 전략과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어우러져 글로벌 이벤트로 확장된 모습이 있습니다.

이처럼 할로윈은 두 얼굴을 가진 축제입니다. 한쪽에는 아이들의 설렘과 기쁨이, 다른 한쪽에는 기업과 상업의 거대한 움직임이 공존합니다. 소비자들은 즐거움과 재미를 경험하는 동시에, 막대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는 현장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할로윈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이들이 문을 두드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트릭 오어 트릿’을 외치는 순수한 ‘즐거운 축제’인가요? 아니면 어른들이 한 해 매출의 큰 부분을 기대하며 준비하는 ‘거대한 매출 시즌’인가요?

이 질문은 단순히 개인적 선택을 넘어서, 오늘날 문화가 어떻게 소비와 결합해 확장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안에서 어떤 태도와 시각을 가져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할로윈의 다면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현대 사회의 문화 현상을 더 깊이 성찰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부록: 할로윈 관련 주요 통계

2021년 미국 내 할로윈 지출 총액은 약 101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에 달했습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 항목은 의상으로 33억 달러, 사탕 30억 달러, 그리고 장식품 28억 달러가 각각 집계되었습니다.

2022년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9%가 할로윈 행사에 참여한다고 응답했으며, 이 중 80% 이상이 집을 직접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할로윈이 단순한 명절이나 축제를 넘어, 의상, 사탕, 장식 등 다양한 산업을 움직이는 미국 내 최대 소비 시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줍니다.


추가 사례: 할로윈의 확장과 글로벌화

할로윈은 이제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일본, 한국,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할로윈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각국의 문화적 특색과 결합해 독자적인 축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젊은 층과 소비자 문화가 주도하는 ‘할로윈 거리 축제’와 다양한 코스튬 이벤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처럼 할로윈은 단순한 고대 민속 행사를 넘어서 글로벌 문화 소비 현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기업과 미디어가 함께 만들어낸 ‘거대한 문화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며,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문화와 경제가 결합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치며

할로윈은 단순한 ‘유령의 날’을 훌쩍 넘어, 아일랜드 이민자들의 작은 민속 풍습에서 출발해 미국의 급격한 경제·사회 변화와 맞물리고, 기업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과 대중문화의 강력한 영향력이 어우러져 오늘날 전 세계인이 즐기는 거대한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할로윈은 아이들의 순수한 즐거움과 어른들의 막대한 소비가 공존하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문화 현상입니다. 이를 이해하는 일은 단순한 축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현대 사회의 문화 소비 방식과 경제적 동향, 그리고 대중 정서와 상징 체계에 대한 통찰을 얻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올해 할로윈을 맞아 여러분도 한 번쯤 ‘왜 미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이렇게까지 할로윈에 열광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시길 권합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단순한 축제의 표면 너머에 숨겨진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복합성을 새롭게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할로윈이라는 거대한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현대 사회가 어떻게 전통과 혁신, 놀이와 소비,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할로윈은 단순한 ‘유령의 날’을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문화적 자화상이자 시대를 읽는 거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keyword
이전 08화미의 정치학: 메디치에서  BTS까지 이어진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