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의 하루

회복도 성과라면

by 시대 메신저

쉬는 날이라고 마음먹은 날이 있었다. 아무 일정도 잡지 않고, 외출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쯤은 이렇게 쉬어야 하지 싶었고, 그렇게 내내 집에 있었다. 늦잠을 잤고, 알람도 껐다. 눈이 떠질 때까지 누워 있다가, 배달로 브런치를 시켜 먹었다. 넷플릭스를 틀었고, 집중이 안 됐다. 드라마를 보다 말고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인스타 릴스를 몇십 개 넘기고, 친구들 스토리를 반복해서 보고, 그냥 또 아무거나 재생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고, 관성처럼 뭔가를 또 시켜 먹었다. 그리고는 다시 넷플릭스를 틀었다.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머릿속은 계속 시끄러웠고, 쉬는 중인데 자꾸 더 피곤해졌다. '이게 쉬는 건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폐인처럼 누워 있으면서도, 마음은 쉼과는 거리가 멀었다. 몸을 쉬게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집에 있었는데, 이게 회복으로 이어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는 마음이 자꾸 올라왔다. 그렇다고 일주일 내내 나가 있으면 몸이 너무 힘들고, 어디에 균형을 둬야 할지도 헷갈렸다.


지금껏 시간을 쪼개 써야 마음이 편했다. 하루가 비어 있으면 왠지 허비하는 것 같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면 괜히 초조했다. 그러다 보니 오늘처럼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엔, 오히려 무기력함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예전 같으면 뭔가 하고 있었을 시간에 멍하니 누워 있는 나를 보면서, 자꾸 '이것도 해야하는데, 저것도 해야하는데, 하며 이렇게 못 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쉬고 있는 중인데도, 끊임없이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회복도 잘하고 싶었다. 계획도 없이 잉여처럼 누워 있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 나태해 보이고, 게을러 보이고, 책임감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잘만 쉬는 것 같고, 여행도 잘 다니고, 잘 쉬면서도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 쉬는 하루도 버겁게 느껴지는지. 자꾸만 비교하게 됐고, 나는 왜 이렇게까지 힘을 빼는 일이 어려운지,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지, 마음이 자꾸 들썩거렸다.


이근후 선생님은 말했다.


자기 마음을 돌보라는 건요,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는 말이에요.
회복도, 삶도, 그냥 흘러보내는 날이 있어야 해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회복도 '잘해내야 할 일'이 아니라, 그냥 흘러보는 하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쉬는 법보다, 나를 몰아붙이지 않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겠다는 마음에, 가만히 숨을 크게 쉬었다. 어쩌면 지금 느낀 이 어설픔과 무기력함이, 누군가에겐 회복의 시작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또 나를 살게 한다. 고백하건데, 어쩌면 나는 회복도 성과처럼 굴리려 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는 잘 쉬는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고, 그냥 힘 빠진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도한다.


어느 일요일 밤의 장면이 스쳐간다.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스스로에게 ‘너 왜 이렇게 사냐’는 생각에 시끄러웠던 밤. 하루 종일 집에 있었기에 몸은 덜 피곤한건지 오히려 잠이 오질 않아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던 날 밤. 한참을 뒤척이다가 새벽이 다 되어서야 겨우 눈을 감았던 밤. 분명 나를 위해 만든 회복하는 시간의 하루였는데, 오히려 그 다음 날 출근이 더 힘들었던 모순에 다시 극단적으로 움직였다. 일주일 내내 바깥 일정으로 꽉 채우고, 지치면 다시 집에 박혀 있었다. 여전히 오가는 삶을 살며 극단에서 극단으로 흔들리는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그 속에 회복이라는 이름의 리듬을 조금씩 넣어가며, 나에게 맞는 회복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게 얼마나 걸리든, 어떤 형태든, 이 어지러운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계속 살아보고 싶다.


어쩌면 회복은, 잘해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살아내는 하루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혹시 당신도, 회복조차 잘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지친 적 있나요?
이근후 선생님의 이야기를 글로 옮겨가는 지금,
서툰 쉼을 허락해보려는 하루를 함께 담아보려 합니다.

이 글이 당신의 하루에, 힘을 조금 빼도 괜찮다는 안심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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