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나를 허용해준 말

by 시대 메신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누군가 해줘야 들린다.

5년 전 나는 처음으로 그 말을 들었다.


처음 이근후 선생님을 뵌 건, 마음이 매우 시끄럽던 때였다. 첫 독립을 하고, 다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 간신히 적응하고 익숙해진 것들을 놓아야 했다. 모든 것이 서툴렀고, 선택의 순간순간마다 어지럽고 막막했다.


그 시기, 같이 공부했던 언니의 소개로 우연히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80년 넘게 삶을 살아낸 어른 앞에 20대의 서툴고 초조한 내가 앉아 있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혹여나 건넨 말이 실례가 되진 않을지 긴장하며 앉아있던 내게 선생님은 조용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그 한 마디에 마음 한 곳이 스르르 풀렸다. 어린 패기로 움직였던 나날들, 그 속에서 생긴 찌꺼기와 흔들림까지도 그 말 안에서 잠시 멈춰 설 수 있었다.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선생님 역시 처음엔 서툴렀다고, 낯설고 불안한 시간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다고 웃으며 이야기해 주셨다.


지금의 나였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들. 그 모든 것을 포함한 나를 선생님은 담담히, 허용해 주셨다. 그 말이 불쑥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그 말은 내 안에서 자주 떠올랐다. 불안하고 확신 없는 날이면, 조금만 더 버티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시간이 흘러, 그 말은 내가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문장이 되었다. 지금 막막한 친구에게, 주저앉은 나 자신에게도. 서툰 시작 앞에 서 있는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하나가 생긴 것이다.


선생님의 말은 대부분 그렇다. 조용히 스쳐가지만 삶의 어느 틈에 불쑥 떠오른다. 불쑥, 그러나 정확하게. 선생님과의 대화를 떠올리다 보면 자꾸만 이런 질문들이 따라붙는다. 어떻게 살아야 더 지혜로울 수 있을까. 나를 돌보면서도 타인을 보듬는 길은 무엇일까.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아가기 위해 나는 어떤 말을 품어야 할까.


그리고 그 질문들 끝에, 또 다른 선생님의 삶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선생님 삶이 담긴 문장을, 지혜를 나만 알고 있기엔 아깝다고 느낀다. 그래서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이 말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하루에도 우연히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어른의 말은 때로 삶을 꿰뚫는다.
그것도 아주 조용히, 오래된 문장처럼.
그리고 그 말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다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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