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마음은 그날에 있었다.
잊은 줄 알았던 장면들이
문득, 말도 없이 떠오를 때가 있다.
마음은 여전히, 그날에 머물러 있었던 거다.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매일같이 되감았다. 내가 한 말, 그가 했던 표정, 카페 안의 공기. 그 모든 것이 마치 반복 재생되는 필름처럼 자꾸만 다시, 다시 떠오른다.
너무나 미숙하게 이별을 꺼냈다. 사실 그건 이별이라는 말보다도 ‘도피’에 가까웠다. 마음속에 눌러 있던 감정은 해소되지 않았고, 나는 그걸 풀 줄 몰랐다. 결국엔 가장 손쉬운 선택지를 꺼내 들었다. 관계를 ‘해결’한 게 아니라 그냥 ‘종료’시켜버렸다.
그 후 나는 나를 놓지 못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매일 뛰었다. 이직을 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랴, 마음 속 구멍 메우랴, 평소 술을 안 마시는 내가 주 3회 술을 마셨다. 그래도 ‘잘 살아보이기’ 위해 계속해서 나를 몰아붙였다. 무너진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고 싶어서. 그러면서도 매일같이 달리면서 중얼거렸다.
“ㅇㅇㅇ, 미친년... 너 왜 그랬어.”
그 말은, 내가 내게 던진 말이었다. 진심이었다. 그날 왜 그랬는지 지금도 설명할 수 없다. 무언가를 감당하지 못해 도망쳤고, 도망친 나를 스스로 놓지 못해 끊임없이 내 안에서 싸웠다. 후회와 미련, 오락가락하는 감정이 매일같이 나를 휘감았다. 그때 잘한 걸까? 아니면 나쁜 선택이었을까?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질문들을 품고, 그냥 시간 속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근후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주 그 안에 머무르곤 하지요.”
나는 그 말 앞에서 멈춰 섰다.
‘돌이킬 수 없다’는 그 말은 날카롭고 차가운 말처럼 들리지만, 묘하게도 나를 조용히 내려앉게 만들었다. 그래, 나도 그 안에 머무르고 있었구나. 계속해서 과거의 그 장면 안에 남아 후회하고, 무너지고, 때로는 울고 있었구나.
나는 여전히 매일을 산다.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새로운 삶을 꾸린다. 하지만 마음은 그날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날로부터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아직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조금 더 ‘지금’을 살아보기 위해.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그 안에 있던 마음은 천천히 놓아줄 수 있다. 나는 지금, 그 연습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