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말의 착각

내가 믿었던 말의 모양은, 나만 알고 있던 진심이었다.

by 시대 메신저

말은 오래 남는다.

내가 꺼낸 그 말이 옳은 줄만 알았다.
다정하지 못했던 그 말은 정말, 누구를 위한 말이었을까.


정당한 말이었다고 믿었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내 감정을 숨기지 않기로 마음먹은 결과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게 됐다.
그건, 결국 나만의 말이었다는 걸.

그날 이후, 나는 자주 내 말을 되짚었다.

이별을 고하던 그 순간 그의 표정,
끝없이 흔들리는 그의 눈빛과 믿을 수 없다는 듯 절박하게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안에서 또렷하게 울리던 내 말들.


그 순간의 나는, 내가 쌓아두었던 감정을 쏟아냈다.
‘더는 참지 말자’, ‘내 마음을 정확히 전하자’,
그게 성숙한 행동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꺼내놓았다.


“그만하자.”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은 너무 빠르고, 너무 급하게 흘러나왔다.
상대가 감당할 시간도, 이유도 주지 않은 채 결론부터 던져버렸다.


앞뒤 맥락 없이 전해진 그 말이 그에게 어떤 상처가 되었는지, 그때는 전혀 몰랐다.
아니,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건 내가 해야 할 말이다’

그 말이 ‘옳은 말’이라고 믿었던 거다.
내가 내뱉은 말들은 내 마음에서 시작됐고, 그 순간만큼은 ‘말하는 나’만이 중요했다. 그 후의 나는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이상한 책임감에 사로잡혔다. 내가 꺼낸 말이니까. 다시 물러서거나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잔인해졌다.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상대가 매달릴 틈도, 내가 후회할 여유도 없도록. 그런 내가 지금은 참 부끄럽다. 그때 나는 끝내야 한다는 강박에 씌여 있었던 것 같다. 결론을 지어야한다는 마음과, 지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절망이 뒤섞인 채 감정과 말이 엉켜 터져버렸다.


그러다 이근후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그가 필요로 하는 말이 무엇일지를 고민하세요."


그 말 앞에서 나는 멈춰 섰다.
나는 정말, 그가 들어야 할 말을 했던 걸까?
아니면,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말만 반복했던 걸까?


지금도 가끔, 그날의 내가 낯설다.
그를 향해 말하던 내 목소리,
단호했던 말투, 눈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던 그 눈빛까지.

그땐 정말,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말이라는 건, ‘의도’보다 ‘결과’로 남는다는 걸.


그때의 말이 옳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말이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를 이제는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진심이었다는 이유로 다정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이라면 더 다정했어야 한다는 걸 안다.


말은 오래 남는다.
기억은 희미해져도, 문장 하나는 그대로 박혀 남는다.
그리고 그 말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만 머무는 게 아니라,
내 안에도 흔적으로 남는다.


나는 아직도 그 말을 기억한다.
지금이라면 아마 그때와는 조금 다른 말을 꺼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를 위해서.
나 자신을 위해서.


어른의 말이란,
내 마음대로 하는 말이 아니라, 상대의 삶을 생각하는 언어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야,
어른의 말을 천천히 익히는 중이다.








혹시 당신도,

삶의 어느 순간에 어른의 말이 필요하신가요?


지금 머무는 자리에서
문득 떠오른 마음이 있다면, 편안히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근후 선생님의 지혜를 책으로 옮겨가는 지금,

당신의 삶도 그 안에 함께 담아보려 합니다.


이 글이
당신의 하루에
조금은 따뜻한 숨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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