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2, Level 3 - 스페이스 오디세이

AI에 대하여

by 정원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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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짧은 이야기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은 가장 혁신적인 영화 중 하나로 손 꼽힌다. 그 당시에 믿을 수 없는 그래픽과 지금봐도 혁신적인 촬영 기법과 여러 논문에서 다룰 정도로 뛰어난 사운드 등을 통해 세련된 영화가 탄생하였다. 당시엔 혹평을 받았지만, 2025년에 개봉한 영화라고 하더라도 믿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처음 이 영화를 본다면 무엇을 암시하는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 몇가지 단서로 작품 명에 오디세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Also sprach Zarathustra] 테마 음악, 보우맨먼라는 주인공의 이름을 통해 니체의 사상을 따라가는 영화임을 알 수 있다.


니체의 사상에 망치가 있다면 인류가 급격하게 발전한 세 번의 시기엔 모노리스가 있었고 인류는 [도구의 사용 -> 우주 탐사 -> 스타차일드]이라는 계단식 발전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Stage 2, Level 3의 ‘읽, 보, 쓰’에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HAL 9000’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Stage 2의 주제인 ‘AI에 대하여’를 탐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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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의 사용


영화의 첫 시퀸스에서 관객은 인류의 기원을 마주한다. 사막의 유인원들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지만, 그들의 세계에는 ‘도구’라는 개념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의 모든 행동은 본능적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등장한 모노리스의 등장 이후 이들은 새로운 발전을 경험하게 된다.


다 먹고나서 버려지는 것일 뿐이었던 동물의 뼈를 도구로 사용하게 된 것이었다. 인류가 활용한 첫 도구가 불을 피우는 부싯돌이거나, 나무를 자르는 돌일 수도 있었으나 큐브릭은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도구를 제시하였다.


앞서 설명하였듯 모노리스는 인간의 급격한 성장의 촉매 내진 진화의 가속 장치로 기능한다. 인간은 도구를 통해 신에 가까워지지만, 동시에 신의 폭력을 모방하게 된다. 한 유인원이 뼈를 공중으로 던져 매치컷으로 우주선으로 전환되는 한 장면을 통해 인류가 폭력과 기술의 연속선 위에서 진화해왔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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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이 되는 과정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동시에 니체의 사상을 가장 잘 옮긴 부분이 바로 4막에 주인공이 인류를 초월하여 스타차일드가 되는 시퀸스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스타차일드란 니체가 말하는 위버멘쉬(초인)로, 쉽게는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자율적인 인간을 의미한다. 단 니체는 사람이 위버멘쉬가 되기 위해선 영원히 반복되는 인생과 고통마저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니체는 인간이 초인이 되기 위해선 자신의 운명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영화는 이를 보먼 갑작스레 초광속 우주 여행을 마친 후 호텔의 특실과 같은 곳에서 경험한 기이한 일을 통해 보여준다. 외계 지성은 시간을 초월한 존재들로 영원회귀와 유사한 경험을 한 이들로서 초인이 된 자들이며, 보면 역시 이들과 비슷한 존재가 되어 결국 스타차일드라는 존재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글로만 존재하는 니체의 핵심 사상을 이미지로 표현한 점에서 어렵지만, 모든 영화를 통틀어 한 철학자의 사상을 잘 담아낸 시퀸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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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 9000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가장 선구안적인 동시에 순식간에 작품의 분위기를 스릴러로 변하게끔 한 것은 HAL 9000이라는 장치 덕분이었다. HAL 9000은 우주 비행사들을 위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신체를 지니고 있진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이 신체를 지니게 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립을 다룰 때, 작중 HAL 9000은 우주선만을 컨트롤하며 감정을 지니지 않은 듯한 차분한 목소리를 내며 작품의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한다.


HAL 9000이 완전한 새로운 초인류가 아닌 단순 오작동으로 묘사되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AI툴들과 매우 유사하다고 보여진다. 신체를 별도로 지니지 않았지만 일정한 톤으로 인간과 소통하고, 때론 오작동을 내는 모습을 보면 이 영화가 역시 70년은 앞서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의 AI는 인간의 컴퓨터를 조금 조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나, HAL 9000과 같이 일부나마 움직임을 허용받고 조작하는 날이 멀지 않았단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위협적이다라고 선언할 순 없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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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68년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2025년도에 제작되는 영화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사실 스토리만 봤을 때 이 영화에게 10점 만점을 주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전반적으로 니체의 사상을 따라가고 있으나, 그 필연성은 느끼기 어렵다. 그렇기에 니체를 아는 이들만을 위한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히 시대를 뛰어넘어 앞으로도 영영 회자될 영화임은 분명하다. 우주선의 표현은 고전미와 세련미를 동시에 담고 있으며 1~4막의 분리를 통한 인류 진화의 표현, 클래식 세 곡의 적절한 활용과 아주 바람직하게 사용된 카메라 무빙은 현대 영화들도 따라가기 힘들다.


니체 사상을 그대로 옮긴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으나, 반면 어려운 사상을 우주 여행이라는 매체로 고스란히 옮긴 것에 대한 경외도 느낀다. 또한 HAL 9000이라는 존재를 통한 AI의 표현은 AI의 발전을 고스란히 읽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신기함을 느끼게 한다.



참고 문헌

스탠리 큐브릭,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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