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인물은 많지 않다. 하다못해 압도적으로 이겨서 뽑힌 역대 대통령들도 금방 바닥 지지율을 보이지 않는가? 기대한만큼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도 당연지사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있긴 하다.
대부분이 좋아하는 사람. 오은영.
사실 오은영 선생님에 대해 알게 된 건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란 프로그램이었다. 온갖 떼쓰고 생 난리를 치는 아이들을 데리고 상담을 하며 교정해주는 프로였고 인기가 꽤 많았다. 훈련방법과 놀이치료를 실시했고 그때 그녀는 타임 아웃을 하거나 아이의 양손을 붙잡고 단호하게 제압(?)하기도 했다.
그 당시 나는 엄마도 아니었고 20대 중반쯤 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내 기준에서 그 당시) 타임 아웃까지는 이성적인 방식이라 납득이 되었지만 반항이 심한 아이들의 양손을 붙들고 힘(?)으로 제압하는 듯한 방식에..... 심한 거부와 불편함을 느꼈다. 오은영 선생님이 강압적이라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내 주변에 (티비에 나오는 것처럼) 반항과 거부가 심한 아이들이 없었고 우리 부모님은 굉장히 마음이 여리고 허용적인 편이셔서... 오은영선생님의 강한 눈빛이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내 머릿속에 오은영선생님의 이미지는 차갑고 쎈 상담가로 굳어졌었다.
그렇게 20년이 흘러 최근에는 금쪽이와 금쪽 상담소를 보곤 한다. 오은영 선생님의 말투와 부드럽지만 예리한 직면, 복잡한 내용을 간결하고 쉽게 설명하시는 모습, 넓은 품으로 안아주는 깊은 포용력에 자주 눈물이 난다. 힐링 그 자체고 인생을 배우는 느낌도 든다. 특히 문제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엔 소름도 돋는다. 역시 베테랑 전문가다.
내가 바뀐 건가? 아니면 오은영선생님이 달라지신 건가? 분명히 나는 오은영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과거에 난...상대의 잘못도 덮어주고 부드럽고 화내지 않아야 좋은 사람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있었다.
잘못과 문제를 이해하고 참아내고 화내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에 갇혀있었다.
내 생각이건데 오은영선생님도 (20년 전 그때와 달리) 더 깊어지고 성숙하고 포용력이 커지신 것 같다. 그녀도 큰 위기 앞에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고 들었다. 인생의 위기를 겪은 사람은... 삶을 바라보는 가치, 인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진단을 내릴 때 감정을 싣지 않고 이성적으로 단호하게 말해야한다. 오은영 선생님도 의사기에... 마음 아파도 안타까워도.. 정확히 알려주는 의사로서의 본분은 여전하다. 그런데 정확하고 분명하게 말해주는 그 설명이 듣는 사람에게 따스하고 위로가 된다.
같이 아파하는 그 마음이 그녀의 설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매일 매일 새로운 경험과 만나고 생각도 달라진다. 예전에 내가 오은영선생님의 단면을 오해했는지, 지금 내가 다르게 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의 오은영선생님이 좋고 그 분의 이야기가 내 삶에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