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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Sep 09. 2022

아무것도 안 할 권리

뜬금없이 찾아오는 불안과 죄책감

무언가 성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은 20대부터 찾아왔다. 졸업 후 인턴 상담원으로 일하고 결혼과 출산 후 세 아이를 기르면서 직업적인 성취는 내려놓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정신없이 바빠서 육아와 살림을 동시에 하는 것도 버거울 지경. 


아는 선생님은 아이를 기르면서 자신이 뒤쳐진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유수유를 하면서도 책을 읽으셨다고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은 절박감이 있으셨다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바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막연한 공허감. 왜 그랬을까?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혼자 느끼는...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친구들은 내가 육아하는 동안 취업을 해서 한창 직업적인 커리어를 쌓아갔고 함께 인턴 하던 동기들은 자기만의 경력을 쌓으며 앞서 나갔다. 


매일의 똑같은 일상 속에 나에게 빠진 것은 다름 아닌 자아실현 욕구를 채워줄 무언가였고... 그것을 채우고 싶었다. 


육아는 내가 선택한 일이고 아이를 기르면서 느껴지는 행복감도 있었다. 

다만 내가 느끼는 온전한 행복감은 어느 하나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욕구들이 균형 있게 채워질 때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이었다. 


아이를 기르면서도 언젠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았다. 막상 오래 일을 쉬다 보니 자신감도 없었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가 걸렸다. 어린아이들을 두고 일을 할 상황도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집에서 틈나면 할 수 있는 자격증에 도전하고 책을 읽으면서 성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라도 해야지 살 것 같은.. 


가만히 빈둥거리는 시간이 생기거나 영상을 보다가 훌쩍 시간을 보내고 나면... 스스로에게 비난의 눈길을 

주게 된다. 사실 그래도 되는 건데... 무언가 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 아닌가? 


아무것도 안 할 권리,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 여유 있게 빈둥거리는 빈틈무언가로 잘 채워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 무언가 하지 않으면 무기력해질 것 같고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은 실체 없는 생각과 감정. 


그것에서 놓여나고 싶다. 그래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자유하게 해낼 수 있으니까. 


이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마음에 초조함, 걱정, 불안감이 세트로 몰려올 때가 있다. 

내가 그 일을 하려고 했던 그 시점, 동기를 생각해본다. 현재의 막막함, 자기 확신의 결여로 인해 

그때 나의 갈망과 간절함이 뒤로 밀려나지 않도록... 닦아낸다.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아서 하는 게 아니라 
불안감과 조급함으로 나를 몰아세우는 게 아니라
마음 안에 소리를 따라 그저 천천히 가고 싶다. 
타인의 평가나 시선에서 자유한
나만의 길을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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