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즌트 Sep 15. 2022

40대라 더는 미룰 수 없다.

다음 기회는 없다는 생각이 주는 용기

곧 강의 출강을 나간다. 청소년 강사가 되기 위해 준비한 5개월 가까운 과정.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나고 4시간 정도 수업이 진행된다. 사실 무대공포증이 있던 나에게 이 도전은 쉽지 않았다


대학 때부터 심리를 공부하면서 졸업 후 논문 주제까지 청소년과 아동에 관심이 많았다.

줄곧 아이들 속에서 살아왔다. 일관성이 없어 보였던 진로. 놀이치료, 아동 부모 상호작용 치료, 보육교사자격증, 장애아동 치료, 영아부와 유치부 현재 초등부 교회 교사까지 항상 그 중심에 아이들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첫 아이를 낳자마자 나는 삼 남매를 낳고 기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두 번의 초기 유산의 아픔 가운데서도 수술 후 간호사들이 웃으며 해준 말이 있다. 그때의 슬픔과 상실, 충격의 상황에서 깨어난 나에게 간호사님이 웃으며 "꼭 건강한 아기 낳으실 거예요. 의지가 대단하셔요." 수술 끝나자마자 마취가 덜 풀린 내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저 셋째 꼭 낳을 거예요." 였다고 하니... 간호사들도 이런 상황에 (환자의 갑작스러운) 고백과 결심을 한 나를 보며 신기했고 응원까지 해주셨다. 


오래된 차를 바꿀 때도 뒷 자석에 카시트 3개가 설치되는 차를 고르기 위해 고생했다. (그땐 아이가 한 명이었는데 말이다.) 직업적 성공을 잠시(장기간이 될 줄은 모름) 내려놓을 만큼 육아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욕구가 컸다. 물론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서 바닥을 쳤지만... 후회는 없다. (내 선택이니까.. 다만 아쉬움은 좀 있었긴 했지만)


약자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작 마음처럼 제대로 일을 해보지 못해서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장애아동,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은 많았는데 세 아이를 돌보고 나 케어하는 것도 버거웠으니... 게다가 극 내향성에 에너지도 많지 않고.. (마음만 있지 뛰어들진 못했다.)


사실 약자 중에 언제나 약자는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취득한 청소년 관련 자격증들도 한국어강사자격도 모두 이 일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닐까? 이제야 나에게 맞는 옷을 하나 더 걸치게 되었다. 


그럼에도 또 걱정과 불안이 올라온다.
무대 공포증을 넘어서서 잘 해낼 수 있을까?


문득 내가 염려하고 불안해하는 진짜 이유를 (사실 어제) 찾았다. 


그건 바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걸 내려놓으면 두려움 따윈 고개를 들지 못한다. 

육아도 모자라건 바닥을 치건 낑낑대건 나 답게 육아를 했으니 일도 나답게 승부를 걸자.

난 원래 처음엔 어리바리 느린 사람 아닌가? 할수록 자연스러움이 묻어나고 편안해지면 진가를 발휘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어버리자.

더 미룰 수 없는 40대. 게다가 난 세 아이의 엄마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누가 뭐랄 사람도 사실 없다.


오늘 (갑자기) 브런치 북을 무작정 내버렸다. (이제 2달 차 브런치 작가임 ㅠ) 사실 그동안 자주자주 쓰자는 생각으로 썼던 글을 모으자니 올해 말고 내년에 글을 잘 써서 내보자 생각도 했다. 


근데 이번에 처음이니까 해보고 내년 기회에 또 두 번째로 내도 된다. 경험이 중요하고 내가 생각하는 그 언젠가는 (사실) 실체가 없는 거니까. 지금 기회가 있을 때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주의를 기울이자. 40대 중반이 되니까 의연해지는 건 확실히 있다. 창피하면 어때? 그게 나라면 나라도 창피해하지 말고 보듬어주자.


40대는 (거의 매일) 진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좋은 순간을 만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것도 안 할 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